전국 교정시설에서 58명 가석방
(의정부·대구=연합뉴스) 김용민 최재훈 기자 = "아직도 감옥 안에 있는 것처럼 실감이 안 나네요."
30일 수원과 의정부, 대구 등 전국 17개 교도소와 구치소 앞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하다 가석방된 이들이 가족,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도 의정부교도소 앞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60여명이 모여 교도소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오전 10시,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 9명이 밝은 표정으로 나오자 가족들은 이름을 크게 부르며 출소하는 이들을 반겼다.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아버지 현승한씨는 "면회를 오면 항상 혼자 돌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은 같이 돌아갈 수 있어서 꿈만 같다"며 밝은 표정으로 아들의 손을 맞잡았다.
현씨의 아들(22)은 "내 신념을 존중해주고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 계획했던 일들을 하고 싶고, 일단 매운 음식을 먹고 싶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의정부교도소에서 가석방된 9명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며 석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대구 구치소에 수감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8명도 이날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1년 가까이 구치소에 수감됐다 풀려나온 A(21)씨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라는 판결이 이어져 기쁘다"며 "동생이 곧 군 복무 대상자가 되는데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가석방된 이들은 최근 대법원의 판결과 대체복무 제도 등에 대한 일각의 비판적인 시선을 이해하며, 법으로 정해진 처분에 따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정부교도소에서 가석방된 김모(26)씨는 "대한민국에는 국방의 의무가 있는 만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대체복무든, 봉사활동이든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 나가면서 부정적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구치소에 수감됐던 A씨 역시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앞으로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 최근 가석방 결정이 내려진 58명을 이날 출소하게 했다.
앞서 법무부는 26일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열고 요건을 충족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수감 기간 6개월 이상 된 58명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하고, 대법원이 양심적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판결 취지를 반영해 유죄 확정자의 가석방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이날 교정시설을 나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가석방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사회봉사를 하게 된다.
이날 58명이 가석방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수용 인원은 13명으로 줄게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늘 조기 가석방…6개월 이상 수감 58명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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