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대통령에게 편지 띄운 환경미화원 건강지킴이 문길주 씨

입력 2018-12-01 08:00  

[사람들] 대통령에게 편지 띄운 환경미화원 건강지킴이 문길주 씨
배기가스·분진 노출돼 폐암 걸린 환경미화원 산재 승인 도와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환경미화원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정부가 작업환경과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다시는 환경미화원 분들이 이런 질병으로 사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문길주(46) 부장은 폐암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환경미화원 고(故) 황기선 씨의 발인을 지켜본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문 부장은 발인식이 열린 날 새벽, 쓰레기 수거차 뒤에 위태롭게 매달려 고단한 하루를 시작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대통령에게 편지를 띄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발인식이 끝나고 전남 순천에서 광주로 향하는 1시간 남짓 정리한 생각을 3장의 편지로 옮겼다.
문 부장은 황기선 씨와 동료 서필원 씨가 폐암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정부가 환경미화원의 건강을 관리하도록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문 부장이 일하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이주노동자 등 건강 취약 사업장 종사자의 건강을 돌본다.
문 부장은 어느 날 센터를 찾아온 환경미화원이 심하게 기침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근골격계 질환과 안전사고 문제에 집중됐던 이들의 근로 환경을 다시 들여다봤다.
배기가스가 나오는 수거차 뒤쪽 공간의 발판에 서서 거리를 누비는 환경미화원 다수가 호흡기 계통 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 부장은 순천에서 20년 넘게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근로자 2명이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사자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암이 4기까지 진행된 황기선 씨와 3기에 접어든 서필원 씨를 만났다.
문 부장은 3개월간 자료를 찾고 논문을 뒤지며 배기가스, 석면, 분진 등에 장기간 노출된 환경미화원의 작업환경과 폐암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서류를 준비했다.

올해 1월 황기선·서필원 씨가 문 부장의 도움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험금을 신청했다.
그 와중에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순천지역 근로자 1명이 불과 몇 달 전 폐암으로 숨을 거둔 사실도 알려졌다.
10개월 동안 이어진 심사 끝에 지난달 12일 황기선·서필원 씨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산재 승인 통지서를 손에 쥐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 황기선 씨는 허망하게도 이튿날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일도 이어졌다.
문 부장은 "지난해 11월 광주에서 환경미화원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올해 1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광주를 찾아 정부 대책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올해가 다 지나가는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1일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약 4만명의 환경미화원이 있는데 이분들이 건강해야 깨끗한 대한민국이 된다"며 "답장은 주지 않더라도 대통령님이 제 편지를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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