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이즈의 날' 앞두고 성 건강 예산 감축에 반발, 털어놓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의 현직 국회의원이 의회에서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라고 고백하고 나섰다.
이 의원의 고백은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성 건강(sexual health) 예산 감축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미국 CNN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 소속의 로이드 러셀-모일(32)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열린 공중보건에 관한 토론 중 갑작스럽게 "내년이면 내가 HIV 양성 진단을 받은 지 10년"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HIV 양성임을 처음 알게 됐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세상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 것은 단지 몇 초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한 공포로부터 이를 받아들이기까지는 긴 여정이었다며 이번 고백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주변 사람도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년간 꾸준한 약물 복용을 통해 건강보험 격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HIV 양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감지할 수 없게'(undetectable) 됐다고 말했다. 이는 곧 아프지도 않고 HIV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러셀-모일 의원은 이후 이런 사실을 공개하게 된 것은 의원으로서 의무라고 영국 PA 통신에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성 건강 예산 감축 때문에 자신이 HIV 감염자라는 사실을 더는 감출 수는 없었다며 이 문제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영향을 주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브린 보건차관은 러셀-모일 의원의 고백에 대해 "믿어지지 않으며" 또한 "용기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영국의 현역 의원이 HIV 감염자라고 고백한 것은 2005년 노동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러셀 모일 의원은 지난해 당선됐다.
CNN 방송은 누군가가 HIV 양성이라도 정기적인 치료를 하면 성관계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2016년 호주의 에이즈 연구단체 과학자들과 호주에이즈단체총연합(AFAO)은 에이즈 사망자 수가 정점이던 1990년대 초반에는 연간 약 1천 명이었지만, 이제 사망자는 없다며 에이즈가 치명적인 질병인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이날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영국 내에서 새로 HIV로 진단받은 사람 수는 17%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영국 내에서 HIV를 갖고 사는 사람 10만2천 명 중 92%가 정식으로 진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 중 98%는 치료를 받고 있으며, 또한 치료 중인 사람들의 97%는 혈액 속에서 HIV가 감지되지 않는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HIV나 에이즈로 진단받은 사람은 약 3천900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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