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남성성에 내심 자신없는 사람들이 트럼프에 끌려"

입력 2018-11-30 16:37  

"자신의 남성성에 내심 자신없는 사람들이 트럼프에 끌려"
미국 사회심리학 교수 구글 검색어와 대선 결과간 관계 분석
"남자다움에 불안감있는 남자들의 남자다움 재확인 통로"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말과 행동에서 `남자다움'을 맘껏 발산한다.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때는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인 마르코 루비오가) 나 보고 손이 작다며 손이 작으면 다른 것도 작다고 했는데, 여러분에게 확언하건대 아무 문제 없다, 장담한다"고 자신의 성기 크기를 자랑하거나 높게 나온 남성호르몬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의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 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마침내 XX 찬 진짜 등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남성성에 자신만만한 남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끌리는 것이라는 추측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남몰래 남들 만큼 남자답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에 시달리는 많은 남자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트럼프에게 끌리는 것이라고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 에릭 놀스 등은 주장했다.
놀스 등 연구자들은 29일(현지 시간)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한 글에서 이런 현상을 '허약한 남성성 가설'이라고 이름 붙이고, 구글 인기 검색어와 미국의 최근 주요 선거의 결과 간 관계 분석을 통해 이를 입증하려 했다.
연구자들이 구글 검색창을 찾은 이유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남자다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해선 솔직한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궁금증에 대한 답을 구할 때는 이런 자기보호 경계심을 풀어놓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은 `발기 부전' '탈모' '여자 사귀는 법' '성기 확대' '성기 크기' '스테로이드' '남성호르몬' '비아그라' 등의 검색 수를 측정했다.
이들 단어는 "이상적인 남성성의 기준에 맞추고 싶은 남자들에게 특히 공통적인 화제"일 것이라고 연구자들이 생각해 고른 것들이다. 연구자들은 그러나 내심 다른 남자들 만큼 남자답지 못하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이 이들 화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것을 아마존의 온라인 조사 도구를 통해 확인했다.
연구자들이 지난 3차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이들 화제의 검색 빈도를 측정한 결과, 2016년 대선 때 '발기 부전' 같은 화제의 검색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 인종 구성 같은 인구학적 요인들을 통제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와 2008년 대선에서 같은 당 후보인 존 매케인의 지지도와 '허약한 남성성' 사이엔 의미있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중간 선거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하원 390여개 선거구를 보면,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는 허약한 남성성 수준이 높은 곳에서 더 높았다.
그러나 대선과 마찬가지로 2014, 2016 중간선거에선 허약한 남성성과 투표간 의미있는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분석을 근거로 "허약한 남성성이 과거에 비해 더 강하게 미국 투표 행태의 예측자 역할을 한다"며 "허약한 남성성이 현 미국 정치의 결정적 특성 중 하나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를 증명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실증 연구에서, 자신의 남성성이 약하다고 걱정하는 남자들이 거친(tough) 정치인이나 정책들에 대한 지지를 통해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에게 남자다움을 재확인받고자 한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된 만큼, 이런 상관관계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트럼프 시대 이후의 상황에 대해, 많은 미국인들이 인종이나 종교, 성 토대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을 이 관심과 불가분의 관계로 만드는 바람에 이런 상관관계가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힘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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