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든 여풍?…한은 女신입 22%로 '16년만에 최저'

입력 2018-12-02 06:21   수정 2018-12-02 13:50

사그라든 여풍?…한은 女신입 22%로 '16년만에 최저'
대학교 3학년 재학생 첫 합격…"입행 선택은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금융권에서도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한국은행에서 여성 신입직원 비율이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대학교 3학년 재학생 신분으로 한은 입사라는 바늘구멍을 뚫은 합격자도 처음으로 배출됐다.
2일 한은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2019년도 신입 종합기획직원(G5) 합격자 59명 가운데 여성은 13명이다.
여성 합격자 비율은 22.0%로 역대 최고인 올해(42.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내년 비율은 2003년(14.9%) 이후 16년 만에 최저다.
한은 여성 신입직원 비율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비율 축소는 이례적인 일이다. 남성 위주였던 경제·경영학의 여성 전공자가 늘어나는 추세와 비슷하게 한은의 여성 합격자 비율도 상승했다.
한은 공채와 함께 엘리트들의 시험으로 꼽히는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경우에도 여성 비율은 2016년 41.4%, 지난해 43.6%, 올해 40.5%로 꾸준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 여성 합격자 비율이 쪼그라든 데에는 여성 지원자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서류 지원자 성비와 합격자 성비가 비슷했다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지원서 항목에 성별, 최종학력, 학점 등을 제외한 '블라인드 채용'이었기 때문에 애초 지원자 중 여성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2차 필기시험 응시자 가운데 여성은 약 27%였다.
합격자 비율보다 5%포인트 차이가 나긴 하지만 합격자 비중과 크게 벌어지는 수준은 아닌 셈이다.
여성 지원자들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몰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13개 금융기관·금융공기업은 10월 20일에 일제히 필기시험을 치렀다.
한은이 포함된 'A매치 데이'에 참여하는 기관은 1년 전보다 3곳 증가했다.
아울러 금융 공공기관·공기업 채용 인원은 약 1천300명으로 20.5% 늘었고 주요 시중은행 채용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공기업, 시중은행 채용에도 한은 지원자들이 상당 부분 중복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지원자들이 한은 외의 채용에 눈길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다른 기관으로 지원자가 분산된 덕에 한은 신입직원 공채 경쟁률은 57.7대 1에서 38.2대 1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추정이다.
한은 나름대로 여성 합격자 비율이 급격히 쪼그라든 배경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똑떨어지게 설명하진 못하는 모습이다.
신입직원 중에는 대학교 3학년 재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졸자나 대졸 예정자가 아닌 지원자가 일반 행원 직렬인 G5에 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 3학년생 합격자는 남성으로, 3명을 뽑는 지방인재 전형으로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 채용이어서 다른 지원자들의 프로필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지방인재의 경우 최종 졸업·졸업예정 학교의 소재지를 확인해야 해 학력을 알게 됐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대학 졸업을 해야 하는 터라 실제 입행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한은 관계자는 "인력 수요를 고려해서 신입을 뽑기 때문에 지원자의 졸업을 기다려줄 순 없다"며 "합격자들은 다음 주에 입사를 위한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데, 그때 서류를 내면 입행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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