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나팔바지·50년대 스윙음악…복고에 빠진 영화계

입력 2018-12-01 06:00  

70년대 나팔바지·50년대 스윙음악…복고에 빠진 영화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치렁치렁한 장발과 펄럭이는 나팔바지,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재킷과 스윙 댄스까지. 연말 극장가에 복고(復古) 열풍이 거세다.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국을 '떼창'으로 물들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장발과 나팔바지가 대표하는 70년대와 청바지·콜라가 유행한 80년대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였다.
최근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은 90년대로 향한다. 잘나가는 증권맨 윤정학(유아인 분)은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양복 재킷을 입은 채 아마도 '016'이나 '018', '019'로 시작했을 PCS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시간여행을 준비 중이다. '스윙키즈'는 스윙 음악이 흐르는 50년대로, '마약왕'은 고고 춤이 유행한 70년대로 관객을 안내한다.
복고는 말 그대로 지나간 유행을 되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잊힌 패션, 음악, 물건뿐 아니라 시대정신과 감성까지 되살려 그 시대 향수를 전하려는 제작진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그 시대를 산 사람에게는 당시를 어떻게 그렸는지 관심을 유발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추억을 소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소재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 복제해낸 '보해미안 랩소디'
'퀸' 결성과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까지 이야기를 다루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자연히 70·80년대를 렌즈에 담았다.
제작진은 라이브 에이드 공연 무대를 재현하기 위해 비어있는 비행장을 통째로 빌렸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연출한 팀을 섭외해 당시 무대를 복제하다시피 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연주한 피아노 위 콜라병 개수와 위치조차 똑같이 재현해냈을 정도다.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I want to break free)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는 33년 전 프레디 머큐리가 사용한 진공청소기·알람시계와 같은 모델을 구해왔고, 당시 느낌을 살리기 위해 35㎜ 카메라로 촬영했다.
70·80년대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재현한 것은 물론이다. 제작진은 가죽 재킷과 줄무늬 셔츠, 나팔바지 등 8천여벌 의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 삐삐와 PCS 휴대전화가 공존하던 90년대
1997년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국가부도의 날'에는 그 시대를 산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서 사라진 소품이 대거 등장한다.
당시 일반화한 '삐삐'와 막 대중화가 시작된 휴대전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보이며, IMF 총재는 인터넷 대신 텔렉스로 외신 경제 뉴스를 받아보고 협상 조건을 변경한다.
지금은 사라진 종합금융사라는 단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IMF 협상팀 상황판에는 미도파·뉴코아·한라·나산·극동·청구 등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부도 처리된 기업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제작진은 대책팀 사무실과 종금사, 한국은행 통화정책 사무실, 협상장, 청와대 집무실 등을 구현하기 위해 90년대 느낌이 남은 장소와 오픈 세트를 섭외하고 여기에 각종 소품을 활용해 시대 분위기를 담아냈다.



◇ 일본서 70년대 원단 공수해온 '마약왕'
'마약왕' 주인공 이두삼(송강호 분)은 "이제 우리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서 수출 금자탑을 세워야 할 거 아이가"라고 말하며 춤사위를 벌인다. 언뜻 보기엔 근본 없는 막춤으로 보이지만, 실은 70년대 유행한 고고춤이다.
로비스트 김정아 역을 맡은 배두나는 70년대 스타일 옷을 원 없이 입어본 것이 촬영 중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70년대 유행한 원단은 더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이에 의상팀은 일본에서 어렵게 당시 생산된 것과 같은 원단을 구해 공수해왔다고 한다. 이 원단을 이용해 4천여명에 이르는 등장인물 의상을 직접 제작했다고.
주인공 이두삼을 위해서는 40여벌 의상을 준비했다. 마약 제조·유통업에 뛰어들기 전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이두삼은 70년대 스타일의 딱 붙는 바지와 큰 옷깃이 달린 셔츠를 입지만 마약업계 거물이 된 후에는 금사와 호피무늬 원단을 이용한 화려한 수트를 착용한다.



◇ 석달간 200명 동원해 초대형 포로수용소 세운 '스윙키즈'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스윙키즈'는 3만3천㎡ 규모 오픈 세트에서 촬영했다. 포로수용소를 재현하기 위해 3개월간 200여명을 동원해 강원도 삼척에 초대형 세트를 세운 것이다.
제작진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을 통해 수용소 내부, 막사, 연병장, 철조망 길 등의 공간을 구성했으며, 포로들이 직접 입을 옷을 만든 당시 생활상을 반영해 핸드 메이드 질감 옷을 제작했다.
아울러 1950년대 스윙 음악 고유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재즈 밴드를 섭외해 녹음했으며, 체코 국립교향악단과의 작업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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