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작가 "역사속 잊힌 이들의 삶이 지금 우리가 됐습니다"

입력 2018-12-01 07:00  

김소윤작가 "역사속 잊힌 이들의 삶이 지금 우리가 됐습니다"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난주' 출간



(제주=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올해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은 김소윤(38) 작가의 장편소설 '난주'(은행나무출판사)가 출간됐다.
'난주'는 정약현의 딸이자 정약용의 조카로, 조선 명문가 장녀인 '정난주'가 신유박해로 집안이 몰락한 후 제주도 관노비가 돼 견뎌야 했던 삶을 그려낸 소설이다.
여성이자 약자였던 정난주에 대해 역사적으로 알려진 바는 많이 없지만, 작가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주인공이기보다 주변인인 경우가 많다. 주변인들의 삶도 하나하나 다 가치 있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루아침에 양반에서 천민으로 떨어져 온갖 고난을 겪음에도 난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오히려 마마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고 구휼소를 세우는 등 주변인들을 보듬는 데 최선을 다한다.
추자도에 두고 온 아들 경헌을 늘 그리워하지만 보말, 연 등을 새로이 자식 삼아 사랑으로 키우며 꿋꿋이 삶을 이어간다.
난주의 이러한 헌신의 배경에는 천주교라는 신앙이 있지만, 작가는 난주가 성인(聖人)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난주가 신앙을 포기하고 싶을 때 견딜 수 있었던 데는 주변인들의 사랑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놓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 있는데 어떻게 난주가 살 수 있었을까. 그만큼 인간은 강인하구나,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책을 읽는 분들이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김 작가는 '난주'에서 역사와 종교, 실존 인물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빼어난 문장과 개성 있는 문체로 녹여냈으며, 당시 제주의 풍습과 방언 등을 뛰어난 수준으로 고증하고 복원해냈다.
실존 인물 정난주에 대한 이야기는 남편이 참형 당하고 제주에 유배된 후 별감 김석구 집에서 유모를 했고, 37년 동안 존경받으며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게 전부다.
나머지는 작가 상상의 산물이다.
소설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많은 역사 관련 책과 논문, 방언사전을 읽고 향토사학자를 찾아다녔다.
역사 소설이라는 무게에 맞게 문장을 묵직하게 다듬고자 임꺽정, 장길산 등 역사 소설도 여럿 찾아 읽었다.
덕분에 '난주'는 역사에서 이름과 배경만 따온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를 돌아볼 때 기억하고 새겨둬야 할 인물로 재탄생했다.
김 작가는 난주를 "나약한 여자고, 애절한 엄마고, 외로운 아내"라고 평가하며 난주와 자신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난주의 특별함이 신앙이나 지식 등이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지식을 누군가와 나누고자 했다는 그 마음이라는 것이다.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로는 경헌이 평범하게 살길 바라며 추자도에 버릴 때 되새긴 말을 꼽았다.
"나는 네가 황사영, 정난주의 아들이 아닌 경헌 너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양반도 천출도 아닌 이 땅을 살아가는 보통의 양민이 되어 (…)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말거라. 태생에도, 사상에도, 신앙에도… 너 된 너로 살아남아 어떤 네가 되든… 천일 만일은 하루 같이 그리워하고 애태우며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47쪽)
이처럼 작가는 난주의, 그리고 난주 주변 모든 잊힌 이들의 삶에서 그 시대 조선을 봤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봤다.
"세답들이 빨래해서 너는 것이 역사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그들이 하루하루 쌓아온 삶이 지금 우리가 됐습니다. 우리 자신이 초라할 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험이 나 혹은 후손들에게 자산과 미래가 될 것입니다. '난주'의 원제는 '잊혀진 꽃들'입니다. 기억 못 하는 수많은 꽃, 앞으로 피어날 꽃들이 하는 작은 노력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것입니다."
제주도에는 정난주 성당과 정난주 묘도 있지만, 그의 삶을 이처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소설 '난주'가 처음이다.
소설가 김석희, 송기원, 한승원은 "역사와 문학의 만남이 이렇게 아프고 슬플 수 없다"며 "제주도의 역사와 풍토, 서민들과 노비들의 학대받는 아픈 삶을 바탕하는 이 소설은 제주도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기억돼야 하고 오늘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평을 전했다.
이해인 수녀는 "정난주 이름을 딴 성당에 가서 기도할 적마다 그녀의 삶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갈망이 있었는데 고맙게도 이 책이 답을 주어 기쁘다"며 "우리도 일상의 삶에서 그를 닮아가는 노력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이 소설을 꼭 한 번 읽어보십시오. 기쁘게!"라고 추천사에 적었다.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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