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소강 국면서 주민 먹거리 챙기며 민생 행보 주력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미 비핵화 협상이 소강 국면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약 2주간의 '잠행'을 깨고 동해안 일대 어업기지들을 시찰하며 주민 먹거리 챙기기에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위원장이 '겨울철 집중 어로전투'가 한창인 동해지구의 군부대 산하 5월27일수산사업소, 8월25일수산사업소, 1월8일수산사업소 등 세 곳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5월27일수산사업소에서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들의 물고기잡이 실적을 매일 보고받고 있는데 짧은 기간에 6만여t의 물고기를 잡았다는 보고를 받고 너무 기뻐 어로공(어민)들을 만나 고무해주기 위하여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8월25일수산사업소에 들러서는 "나라의 수산부문이 다 주저앉았을 때 당에서 수산전선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투쟁의 불씨를 지펴준 사업소"라고 말했다.
이곳은 2013년 장성택 처형(12.12) 직후 사흘 만에 김 위원장이 찾았던 첫 수산사업소다. 장성택 숙청의 발단이 군부와의 어업권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이런 내막을 담은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월8일수산사업소에 가서는 "(원래) 해마다 3천t의 물고기를 잡아 전국의 육아원과 애육원, 초등 및 중등학원 원아들과 양로원 노인들에게 매일 300g의 물고기를 정상공급할 데 대하여 과업을 주었는데 물고기잡이 전투를 힘있게 벌여 이제는 하루에 400g씩 보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공개활동 보도는 지난달 18일 평안북도의 대관유리공장 시찰 이후 13일 만이다.
김 위원장이 "이틀간 연속 동해지구의 수산사업소들을 돌아보며 물고기 산을 쌓아놓은 것을 보니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이번 시찰은 최소 이틀 일정으로 보인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매일, 매달 물고기잡이 실적을 보고받을 때마다 자신께서도 시간을 내어 어로공들과 함께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며 그가 어업 분야를 각별히 챙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은 군인 식생활 개선을 위해 각 군종 사령부와 주요 군단·사단급 부대 산하에 수산사업소를 두고 있으며 여기서 잡은 수산물 일부를 주민들에게 판매하고 일부는 수출해 외화를 벌어 기타 보급품도 해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에서 수산물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부분 내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어로공들과 배전에 허물없이 앉아 담화"했다고 전하는 등 김 위원장의 '인민 친화적'인 지도자상을 부각했다.
이런 행보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기싸움 가운데서도 군인과 주민들의 먹거리를 챙기며 국정목표인 경제성장과 주민생활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시찰에는 황병서 노동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마원춘 국무위 설계국장,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이 동행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