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일단 확전을 멈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회담에서 앞으로 90일 동안 상대국에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세계 6위 수출국으로서 국제 무역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으로서는 다행스럽다. 그러나 두 나라 무역 전쟁은 깨끗하게 끝난 게 아니다. 90일 동안 협상하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은 2천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매기던 관세율 10%를 25%로 올릴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서로에게 물린 추가관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미국은 지난 7∼8월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했고, 9월에는 2천억 달러어치에 관세 10%를 부과했다. 중국은 1천100억 달러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보복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모든 추가관세 철폐를 위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봐서 무역 전쟁 종식을 위한 양국 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패권 경쟁 성격을 띤 두 나라의 무역 전쟁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우려가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를 다시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무역 전쟁의 자제를 미국과 중국에 촉구한다.
올해 7월 미국이 먼저 불을 댕긴 대 중국 추가관세 부과는 지난달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단행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중간선거 뒤에 양국 무역 전쟁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미·중 무역 전쟁은 끝나지도 않았지만 종결되더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세계 주요 2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제1 패권국인 미국으로서는 견제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뿐 아니라 외교, 군사 분야에서 양국 사이의 긴장과 충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미 두 나라 사이에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여기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 5천660억 달러 가운데 대 중국 적자가 3천752억 달러에 이른다. 관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구조인 것이다.
한국은 미국, 중국 두 나라 모두에 대한 수출량이 막대하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은 1천421억 달러로 중국은 한국의 1위 수출국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686억 달러이고, 미국은 한국의 2위 수출국이다. 두 나라가 무역 전쟁을 벌이면 양국의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두 나라에 대한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양국 무역 전쟁이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면 세계 각지에 대한 한국의 수출도 줄게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미·중 무역 마찰, 세계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에 상시로 대비해야 한다.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내수 부문을 강화해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장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수출, 대기업, 제조업에 편중된 한국 경제 모델은 더는 성장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또 경제·사회 양극화의 부작용도 낳고 있다. 무역환경 변화에 그때그때 대응하면서 장기적인 경제·산업 구조 재편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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