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금주초 청구할 듯

입력 2018-12-02 15:46  

검찰,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금주초 청구할 듯
'블랙리스트' 문건 확보후 인사불이익 실행 규명에 막판 총력
영장심사 누가 맡느냐 두고 논란 일 듯…일부는 박·고와 함께 근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이번 주 초 동시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법원행정처에서 확보한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들 전직 법원행정처장의 서명이 명기된 점을 주목하고, 해당 문건에 담긴 인사조치 내용이 실제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졌는지 규명하는 데 막바지 수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향후 수사를 위해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인신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오는 3∼4일께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하고 혐의사실 보완에 주력하고 있다.
전직 대법관이 범죄혐의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 만큼 검찰도 영장 청구에 앞서 거듭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특히 지난달 30일 압수수색을 통해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제출받은 법관 2명의 인사 관련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6일 압수수색에서 2014~2017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관련 보고문건을 확보한 이후 문건에 거론된 법관들이 실제로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이들 문건에는 법원행정처 차장-행정처장-대법원장 순으로 자필 서명이 기재돼 있어 전직 행정처 최고위급 간부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건' 외에도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를 받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그간 불거진 법원과 검찰 간 긴장관계는 이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압수수색 영장과는 달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영장은 더욱 엄격하고 공정한 판단을 요구하는 탓이다.
구속영장 심리가 영장전담판사 중 누구에게 맡겨지느냐에 따라 심사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들이 전직 대법관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최종 인신구속 여부는 물론 영장 심리 과정에서부터 검찰과 법원 사이에 첨예한 신경전과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재 5명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가운데 적어도 3명은 기피·제척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박범석 부장판사는 박·고 전 대법관이 재직 중이던 2013년 초부터 2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다. 이언학 부장판사는 2010년 서울고법 근무 당시 박 전 대법관의 배석판사였고 2011년부터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지냈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이 사건 주요 수사대상인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서울고법에 근무할 무렵 배석판사를 지낸 인연이 있다.
법원은 2월 정기 인사로 부임한 이들 영장전담판사 3명 외에 9월 이후 명재권 부장판사와 임민성 부장판사를 영장전담으로 추가 보직임명했지만, 박·고 전 대법관이 받는 혐의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5달 넘게 진행된 사법농단 의혹 수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정점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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