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파괴' 폭력으로 얼룩진 파리…프랑스 "비상사태 고려"(종합2보)

입력 2018-12-03 11:06   수정 2018-12-03 16:28

'방화·파괴' 폭력으로 얼룩진 파리…프랑스 "비상사태 고려"(종합2보)
고유가정책 반대 '노란조끼' 폭력시위 비화…차량 불타고 상점 진열창 깨져
파리 시위에 3만6천명 참여…400여명 연행·110여명 부상…190여곳서 화재
마크롱, 현장방문뒤 대책회의…경비강화, 야당·집회대표와 면담지시
G20 회견서 "폭력은 결코 용납 않겠다"…佛정부 "비상사태 등 모든 수단 동원"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이경욱 기자 =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중심가에서 벌어진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가 격화해 폭력 사태로 번지자, 프랑스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2일 오전(현지시간)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의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경찰관과 소방대를 격려한 뒤 총리·내무장관 등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은 내무장관에게는 '불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향후 추가 폭력시위에 대비해 주요 도시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게는 야당 지도자들과 '노란 조끼' 대표단과 회동해 해법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이번 시위가 3주째 파리를 중심으로 이어지자 진압을 위해 '비상사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자맹 그리보 정부 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심각한 폭력사태로 확산하고 있는 시위"를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도 비상사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그리보 대변인이 말했다.
지난 1일 샹젤리제와 에투알 개선문 등 파리 최대 번화가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는 오후 들어 일부 복면을 쓴 무리가 금속으로 된 막대기와 도끼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서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정차된 차량과 폐타이어, 폐가구 등으로 쌓아놓은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거나 상점 진열창을 깨부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와중에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의 고급상점과 레스토랑, 은행 등의 진열창이 산산조각이 난 가운데 일부 시위대는 상점 안 물건들까지 약탈한 사례도 보고됐다.
파리에 여행을 온 한국 관광객들도 시내에 나가지 못하고 호텔 안에서 고립돼 두려움에 지새우기도 했다.
한 한국인 여행객은 "평화로운 파리의 겨울을 기대하고 휴가를 왔는데 저녁을 먹으러 나가지도 못하고 무서움 속에 지냈다"고 말했다.
이날 파리의 상징 중 하나인 개선문에는 '노란 조끼가 승리할 것', '우리가 깨어나고 있다', '마크롱 퇴진' 등의 낙서로 얼룩져 문화재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낙서를 지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차에 있던 소총이 도난당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프랑스 공영 AFP통신이 전했다. 이 총에 실탄이 장전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파리 중심가 튈르리 공원의 철제펜스를 시위대가 밀어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깔려 다쳤고, 이 중 1명이 중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시위에는 3만6천여 명이 참여했다고 프랑스 내무부가 밝혔다. 이런 규모는 첫 주말 11만3천 명과 두 번째 주말 5만3천 명보다 줄어들었지만, 과격 시위대의 방화로 190여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6개 건물이 불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파리에서만 400여명이 연행되고, 11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경찰은 평화적인 시위를 하려는 시민들 사이에 일부 극우·극좌세력이 끼어들어 폭력시위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이들을 추적 중이다.
그리보 대변인은 "1천 명에서 1천500명 정도가 경찰과 맞서 싸우고 파괴하고 약탈하기 위해 극렬 시위에 나섰다"며 "이들은 노란 조끼 시위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파리 외의 프랑스 전역에서 유류세 인하와 고유가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총 7만5천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리 외의 다른 곳에서는 이렇다 할만한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로이터제공]

시위가 벌어질 당시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불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그는 지난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관련질문을 받고 "공권력을 공격하고 상점을 약탈하며 시민과 언론인을 위협하는 것, 그리고 개선문을 더럽히는 것은 그 어떤 대의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폭력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 벨루베 법무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주말 시위 참가자들은 법에 따라 매우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이르면 3일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벨루베 장관은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는 "아직 비상사태 선포 단계까지 갔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며 "다른 수단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Gilets Jaunes)라는 집회의 별칭은 운전자가 사고를 대비해 차에 의무적으로 비치하는 형광 노란 조끼를 집회 참가자들이 입고 나온 데서 붙여졌다.


일부 극우·극좌성향 폭력집단이 시위대에 섞여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프랑스 시민들로,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등 고유가 정책과 경제 불평등 심화에 항의하며 한 달 전부터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돼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지난 1년간 유류세를 경유는 23%, 휘발유는 15%를 인상했으며 내년 1월에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프랑스는 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인상 폭과 시기를 국제유가와 연동해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아침 유럽 1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현재의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 점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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