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유럽투어 파리서 피날레…佛 관객 기립박수로 환호

입력 2018-12-02 20:22   수정 2018-12-03 00:24

서울시향 유럽투어 파리서 피날레…佛 관객 기립박수로 환호
유럽 3개국 5개 도시 순회공연 성공리에 마쳐…'K-클래식 저력' 보여줘
연주자들 "열정적인 관객 반응 놀라워"…佛 팬 "응집력 있는 연주 인상깊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프랑스 파리 데뷔 무대이자 유럽투어의 피날레 공연이 지난 1일 밤(현지시간) 관객의 기립박수와 환호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시향은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완벽히 연주해 파리 데뷔 무대에서 프랑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저녁 파리 센 강변 '메종 드 라 라디오'의 콘서트홀은 1천500여명의 관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들어차 서울시향과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맞았다.
서울시향은 지난달 25일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루체른, 이탈리아 우디네, 프랑스의 그르노블을 거쳐 유럽투어의 대단원인 파리에 도착했다.
서울시향으로서는 2005년 재단 출범 이후 파리 데뷔 무대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은 자리였다. 더군다나 티켓은 발매 한 달 만에 약 1천500석이 전석 매진된 상황.
그러나 단원과 수석 객원 지휘자 티에리 피셔, 협연자 김선욱은 지친 표정 하나 없이 여유와 웃음으로 관객을 맞이했고, 오감을 깨우는 섬세하고도 열정적인 연주로 프랑스 관객의 높은 기대에 부응했다.
공연 시작을 앞두고 파리의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대가 공연장인 '메종 드 라 라디오' 인근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장내 입장이 예정보다 지연돼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했지만, 윤이상의 '무악'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콘서트홀은 일순간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윤이상이 1978년 작곡한 이 곡은 우리의 전통 궁중무용인 춘앵무에서 영감을 받아 서양의 춤곡과 결합해 자신만의 음악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무악의 동양적이면서도 전위적인 매력에 젖었던 관객들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김선욱과 시향이 협연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의 장엄한 스케일과 격정적인 연주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김선욱과 피아노와 서울시향의 관현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술래잡기를 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연주를 펼쳤고, 연주가 끝난 뒤 관객의 환호에 김선욱은 앙코르곡으로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선사했다.
시향의 파리 데뷔 무대이자 유럽공연 피날레의 절정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었다.


프랑스가 낳은 음악가로 바그너와 리스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베를리오즈의 작품을 파리 한복판에서 선보인다는 부담 속에서도 시향은 명장 티에리 피셔의 지휘 아래 열정적이고도 섬세하며 오감을 흔들어 깨우는 연주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환상교향곡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관객들은 곧 일제히 박자를 맞춰 손뼉을 치며 수차례의 커튼콜 끝에 앙코르곡을 유도했고, 시향은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중 '파랑돌'(farandole)로 화답했다.
'자크'라는 이름의 60대 남성은 이날 연주에 대해 "한국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처음 들었지만 굉장한 공연이었다. 특히 윤이상의 '무악'은 음악의 독특한 스타일이 마음을 사로잡았고, 환상교향곡 연주는 매우 응집력이 있었고 지휘자와 악단의 손발이 아주 잘 맞았다"고 평가했다.
연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프랑스 관객의 열정적인 호응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첼리스트 주연선(중앙대 교수)은 "연주가 끝나고 박자를 맞춰 박수를 쳐주시는 관객의 반응이 참 좋았다"라고 말했고,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는 "콘서트홀의 음향이 훌륭해서 연주가 즐거웠고, 관객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어서 기뻤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향이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펼친 유럽투어의 마지막 콘서트는 유럽에 수준 높은 'K-클래식'의 저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서울시향은 에너지가 굉장히 강하고 잠재력이 높은 악단이다. 이번 순회연주를 계기로 유럽에서 이름을 더욱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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