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한 이행규칙 마련 못하면 파리협정 체제 '흔들'
카토비체, 브뤼셀 등 유럽 곳곳서 강력 행동 촉구 시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올해 말까지로 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의 세부 이행규칙(rule book)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가 2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막했다.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을 제외한 200개국 가까이가 협상 대표를 파견했다. 우리나라는 조명래 환경장관과 유연철 기후변화대사 등이 참여한다.
당초 4일부터 14일까지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개막일을 하루 앞당겼다. 그러나 몇몇 회원국이 협정 이행에 관한 서류를 내지 않아 개막회의 시간이 3시간 가까이 늦어지는 등 출발부터 진통을 겪으며 험로를 예고했다.
각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파리협정 이행에 필요한 세부 이행규칙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나라별 감축행동 및 검증 방법을 정하게 된다. 이와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개발도상국에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하게 된다.
교토 의정서가 만료되는 오는 2020년 이후의 새 기후변화 체제를 규정한 파리협정은 올해 말까지 협정 이행을 위한 세부 이행규칙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지구 기온 상승을 1.5~2도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의 유엔 보고서는 이런 목표를 맞추려면 각국이 제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3~5배 더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가뭄과 산불, 이상기후 등이 잇따르면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각국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이번 회의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선진국은 감축 중심의 선진-개도국 간 단일 이행규칙을 도출할 것을 촉구하는 반면 개도국은 적응·지원을 강조하면서 개도국에 최대한의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OP24 의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하는 폴란드 대표 미할 쿠르티카는 모든 국가에 "창의성과 유연성을 보여달라"고 촉구하면서 "플랜B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주재했던 전임 의장들도 이례적인 공동성명을 통해 "기후변화의 충격은 점점 더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이런 시급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단호한 행동"을 촉구했다.
COP24 개막을 앞두고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지난 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회의를 마감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파리협정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확인한 점은 이번 협상에 추진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을 탈퇴하고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이 성명에 반영됨으로써 '반쪽' 지지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미국의 뒤를 이어 협정을 탈퇴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이라 이번 회의에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협정탈퇴 도미노 현상이 촉발돼 새 기후변화 체제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협상장 주변에서는 폴란드의 석탄 이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폴란드는 에너지의 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으며 카토비체는 폴란드 석탄산업의 중추적 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브뤼셀과 베를린, 쾰른 등지에서는 수만여명이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기후변화 노력 강화를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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