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화학물질·유독가스 누출사고 '국민은 불안하다'

입력 2018-12-03 11:18  

끊이지 않는 화학물질·유독가스 누출사고 '국민은 불안하다'
지난달만 6건 발생…4년 7개월간 사망 100명…부상자도 2천169명
전문가 "위험물질 안전교육, 잊지 않도록 반복 교육 중요"
"사고만 나면 우왕좌왕…분산된 관리대응 체계도 점검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흡입 시 신체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가스 누출사고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6건에 달하는 등 잦은 사고에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더욱이 4년 7개월간 화학물질 관련 사고로 숨진 사람만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고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와 당국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행정안전부 국민 재난 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시 8분께 부산 사상구 학장동 폐수처리 업체 2층 집수조에서 폐수처리 작업 중 화학반응이 일어나 황화수소가 누출되는 바람에 작업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 인근 공장 직원 등 6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무거운 무색의 유독 기체로, 흡입 시 구토나 의식 불명,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황화수소 누출사고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에는 경기 양주시 한 공장에서는 암모니아 저장 탱크 안전밸브가 파손되며 가스 4∼6t이 누출돼 근로자 등 50명이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반경 200m 아파트 5곳 880세대 주민에게 외출자제 권고가 내려졌고,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전북 군산 한 공장에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사염화규소를 이용한 작업 중 문제가 발생해 가스 일부가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4일에도 전북 군산시 한 실리콘 생산 공장에서도 질소가스 500ℓ가 누출돼 9명이 응급처치를 받거나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하루 앞선 지난달 13일에는 경기 시흥시 한 금속공장에서 암모니아 보관 용기가 이동 중 파손되며 누출돼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8일 충북 청주시 플라스틱 필름 제조공장에서는 피부 접촉 시 화상을 유발하는 솔벤트 20ℓ가 유출돼 5명이 다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4년 7개월간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파열·화재나 화학물질누출·접촉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00명에 이른다.
부상자도 2천169명에 달한다.
유해 위험물을 취급하지만,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총 1천228곳으로, 부과된 과태료 액수만 6억5천만원에 이르렀다.

전문가는 화학물질누출 사고 시 대규모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고 2차 피해로 이어질 경우 수습이 어렵다는 점에서 예방 활동과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위험물질을 처리할 때는 작업자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안전교육을 하더라고 그때뿐일 때가 많은 만큼 작업을 할 때마다 매일 잊지 않도록 반복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위험물질에 대한 정확한 대비와 방독면, 보호장구 등 안전장비 착용도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점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 교수는 "당국이 업체로부터 서류 보고를 받으면 대부분 문제가 없다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 사고는 줄지 않는다"면서 "안전점검을 나갈 때 회사 편의를 위해서 점검일시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악용하는 회사들이 있는 만큼 불시 점검 방식을 늘리고 꼼꼼한 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리·대응 체계가 분산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방재전문가인 이동규 동아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사고가 나면 '우왕좌왕'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나오는데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도록 정부의 관리 대응 체계가 분산돼 있다"면서 "위험물은 소방청에서, 유해 화학물질은 환경부에서, 고압가스 취급은 산자부에서 하고 있고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 팀들도 다 따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났을 때 외국에서는 위험물질 관련 업무를 최소 15년 이상 한 현장조정관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면서 "화학물질 범주가 매우 많고 유해성도 다른데 이런 물질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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