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독일 한 농촌에서 조용히 지내던 부부가 목장을 운영하는 이웃을 상대로 지루한 소송전을 펴고 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부부는 2011년 독일 남부 홀츠키르헨 끝자락에 있는 큰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러나 2014년 이웃으로 이사를 온 목장주 레기나 킬러(여)를 상대로 평화롭고 조용하기 그지없던 마을에 소 목장이 들어서면서 방울 소리 소음과 거름 냄새, 벌레 등으로 일상생활이 여간 불편해진 게 아니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소송에서 패한 부부는 멈추지 않고 뮌헨 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면서 목장을 빌려줬다는 이유로 현지 관청도 고소했다고 BBC방송이 2일 보도했다.
부부는 법원에서 "아침저녁으로 소 방울 소리가 울려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물론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평하고 넓은 목초지에 방목된 소에게 큰 방울을 다는 것은 동물 학대라고 강조했다.
소를 추적하려면 방울 대신 GPS(위성항법시스템)를 달면 된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목장주와 변호인 측은 방울은 소가 달아날 것에 대비해 달아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소 주인은 소들이 어디 있는지 늘 알고 있어야 하기에 방울이 필요하다고 했다.
GPS는 너무 비싸고 현재 실험단계여서 달 수 없다고도 반박했다.
현지 주민은 "이곳은 시골로, 소와 방울은 우리의 전통"이라고 목장주를 두둔했다.
또 다른 주민도 "여기에 살겠다고 온 사람은 소와 소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소가 있기에 우리가 신선한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한 주민은 "모든 다툼에는 양면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그곳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홀츠키르헨 올라프 폰 뢰비스 시장은 "소 방울은 우리 지역에서는 농업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동물들이 야기하는 구체적인 소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 배설물이나 악취, 들끓는 파리와 벌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방목은 이 지역 전통으로 농업의 중요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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