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폭력시위 주도한 이들은 누구(종합)

입력 2018-12-04 01:04   수정 2018-12-04 06:59

프랑스 파리 폭력시위 주도한 이들은 누구(종합)
검·경, 극우·극좌단체가 방화·약탈 주도한 것으로 보고 추적
"개선문 공격은 극좌단체 소행"…시위 와중 극우·극좌간 충돌도
긴급여론조사서 응답자 85% "폭력시위 반대"…72% "노란 조끼 지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 1일(현지시간)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등 파리 최대 번화가의 '노란 조끼' 집회를 폭력사태로 얼룩지게 한 이들 중에는 극우·극좌단체 조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산층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조직한 이른바 '노란 조끼' 운동에 합류한 뒤, 거리 행진 등 평화적 방법의 시위를 거부하고 방화와 파괴를 일삼아 파리의 시위를 폭력사태로 비화하게 한 장본인들이다.
3일 파리 검찰청과 경시청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1일 파리 중심가의 폭력시위를 주도한 이들 사이에 극우단체와 극좌단체 조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1일 아침 9시께 샹젤리제 거리에서 방화와 약탈을 시작한 폭력 시위대는 극우조직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옹 프랑세즈'와 '바스티옹 소시알'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단체들도 자신들이 샹젤리제 집회에 참여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는 지난 1일 스킨헤드 극우단체의 전 우두머리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나 또 다른 극우파 GUD를 옹호하는 낙서들이 다수 발견됐다.
극좌단체도 이번 폭력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리의 한 경찰 소식통은 일간 리베라시옹에 "개선문 공격은 극좌단체 회원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샹젤리제 거리의 백화점 등 건물 외벽에는 극좌파 조직이 자주 쓰는 구호인 'ACAB'(경찰은 모두 머저리들이다)라는 낙서가 목격됐다.

폭력시위 와중에 극우파와 극좌파 간의 충돌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극우조직으로 2013년 해산된 '외브르 프랑세즈'의 전 우두머리 이방 베네데티가 이번 시위 와중에 극좌파 조직원들에 의해 린치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평화적인 시위를 하려는 시민들 사이에 일부 극우·극좌세력이 끼어들어 폭력시위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이들을 계속 추적 중이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유럽1 라디오에 출연, "1천∼1천500명 정도가 경찰과 맞서 싸우고 파괴하고 약탈하기 위해 극렬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노란 조끼 시위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1일 파리의 평화 집회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이들 37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파리 검찰청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 중 대부분은 30대 성인 남성으로, 파리가 아닌 지방에서 시위를 위해 올라온 사람이 많고 일부 알코올 중독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란 조끼'(Gilets Jaunes)라는 유류세 인하 요구 집회의 별칭은 운전자가 사고를 대비해 차에 의무적으로 비치하는 형광 노란 조끼를 집회 참가자들이 입고 나온 데서 붙여졌다.
일부 극우·극좌성향 폭력집단이 시위대에 섞여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프랑스 시민들로,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등 고유가 정책과 경제 불평등 심화에 항의하며 한 달 전부터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돼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밑바닥 여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부유세 폐지와 유류세 인상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특히 노란 조끼 집회의 직접적 도화선은 유류세 인상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사용 독려를 위해 지난 1년간 유류세를 경유는 23%, 휘발유는 15%를 인상했고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보조금 확대 방침에 이어 유류세 인상 폭과 시기를 국제 유가와 연동해 조정한다는 '당근'을 추가로 제시했으나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는 미미하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가 파리의 폭력시위 사태 다음날인 2일 유권자 1천16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노란 조끼'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5%는 폭력시위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90%는 정부의 조치들이 사안의 위중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평화 시위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번 폭력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이 서민층을 무시한 것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라며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부 로렌 지방에서 아이 둘과 부인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러 왔다는 샹탈(45)은 주간지 렉스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집은 매달 500유로(60만원 상당)씩 적자가 난다. 바캉스를 가지 못한 지 3년째"라면서 "이번 폭력시위는 마크롱의 침묵에 대한 응답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야권과 대화에 나서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날 공화당(중도우파)과 사회당(중도좌파) 대표와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총리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정부가 부유세 폐지를 철회하고 유류세 인상 계획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올림푸스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통령의 권한을 내세우며 야권 등 파트너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피터'(로마의 최고신으로 그리스신화의 제우스에 해당)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가진 마크롱을 겨냥한 것이다.
로랑 보키에 공화당 대표도 "정부가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필리프 총리는 오는 4일에는 '노란 조끼'의 대표단을 면담할 예정이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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