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정쟁 멈춘 워싱턴…"트럼프에 통합의 메시지 던진 부시"

입력 2018-12-04 03:04   수정 2018-12-04 07:57

잠시 정쟁 멈춘 워싱턴…"트럼프에 통합의 메시지 던진 부시"
3일 의회 안치후 5일 장례식…"개인적 반감 접고 현직 대통령 장례식 초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국가적 애도와 추모로 워싱턴 정가가 잠시나마 정쟁을 뒤로하고 '휴전 모드'에 들어간 모양새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3일(현지시간) 그의 생전 정치 무대였던 워싱턴DC로 돌아와 미국민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5일 워싱턴DC의 국립성당에서 '국장'으로 엄수되는 장례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어간다.
그의 시신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이용되는 비행기편으로 이날 낮 텍사스주를 출발,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거쳐 이날 오후에 워싱턴DC에 도착해 의회에 안치된다. 일반 국민에게는 오후 7시 30분부터 5일 오전 7시까지 공개돼 조문이 이뤄진다.
부시 전 대통령은 생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치적으로는 '불편한 관계'였지만, 세상을 떠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하는 것으로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8월 타계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자신이 직접 설계한 장례식 계획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비를 이루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 CNN방송은 이날 '조지 H.W.부시가 그의 장례식에 트럼프가 오길 원한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가리켜 "미국의 제41대 대통령은 개인적인 적대감보다는 대통령직 제도 자체를 우선순위에 놓고 부시 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반감에도 불구, 미국의 현 대통령이 자신의 장례식에 올 것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부시가의 '초대장'에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장례식에 참석기로 했으며, 장례식이 열리는 오는 5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또한,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 운구를 위해 텍사스로 에어포스원을 보냈으며, 고인에 대한 추모에 집중한다는 차원에서 당초 지난달 30일∼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후 계획했던 기자회견도 취소한 바 있다.
CNN방송은 "부시 전 대통령은 흔치 않은 통합의 순간을 조성해내는 것으로 국가에 대한 마지막이자 사후 봉사를 수행했다"고 평했다.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분노로 가득 찬 격동의 정치의 한가운데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휴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 기간 일단 정치권은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예산안 처리 시한인 오는 7일을 앞두고 치러야 할 '예산 전쟁'을 잠시 뒤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 9월 말 2019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자, 대신 임시변통으로 7일까지 연방정부가 사용할 예산안을 편성해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의회가 처리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도 불사하겠다며 연일 경고장을 날려왔다.
한 소식통은 여야가 셧다운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한 주일짜리 단기 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CNN방송에 말했다.
여기에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칼끝을 정조준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특검 파문도 장례 기간 잠시 스포트라이트에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CNN방송은 "며칠 동안 셧다운을 둘러싼 여야 간 결전이 약화할 수 있고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도 주목을 덜 받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5일 장례식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불편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CNN방송은 분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자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등 자신이 평소 비난을 퍼부었던 전직 대통령과 그 부인들, 그리고 다른 고위 관계자들과 얼굴을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부시가 간에 오랫동안 유지돼온 유대관계가 트럼프 대통령과 부시가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부시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와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맞붙었을 당시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부시 가문을 깎아내린 바 있다.
작고한 부시 전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었다.
이와 함께 이번 장례식에서는 보다 도량이 넓은 정치를 추구했던 '젠틀맨' 이미지의 고인 면모가 부각되면서 '분열과 편 가르기 정치'로 반대진영의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과 또 한 번 대조를 이룰 수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레이드 마크인 선동적 정치를 잠시라도 멈춘다면 며칠만이라도 국가적 분열은 가려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 스캔들'의 암운 등 여러 가지 국내적 불안 요소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고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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