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교제에 차별" 하소연…법원 "나이 바꾸면 많은 문제 초래"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실제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얼굴을 갖고 있다며 법적 연령을 20살이나 낮추려던 네덜란드 노신사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네덜란드 법원은 3일(현지시간) '자기계발 트레이너' 에밀 라텔반드가 차별을 이유로 현재 자신의 실제 나이 69세를 49살로 낮춰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라텔반드는 이름뿐만 아니라 성도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왜 나 스스로 나이를 결정할 수 없나"라고 항변하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해 국제적인 시선을 끈 바 있다.
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많은 권리는 법상 나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뜻대로 이를 바꾸는 것은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라텔반드 씨가 실제 나이보다 20살 젊다고 느끼며 행동하는 것은 자유"라면서 하지만 법적인 문서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법적 및 사회적 영향을 줄 것이고 그의 요구를 받아들일 법적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색적인 요구로 화제의 중심에 선 라텔반드는 앞서 취업과 만남 주선 사이트에서 차별을 느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의사들로부터 40대 몸을 가졌다는 말을 듣고 있고 지금의 얼굴로 만남 주선 사이트에서 나이를 49세라고 하면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실제로 나이를 69세라고 하면 전혀 관심을 못 받고 있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그러나 법원 입장은 분명했다. 최근 사람들이 나이보다 더 건강하고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 분위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출생일을 수정하는 쪽으로 연결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름이나 성별과 달리 나이는 더 많은 함축적 의미가 있고 권리와 의무는 나이와 연계돼 있다며 그 예로 투표권이나 결혼할 권리, 술을 마시거나 운전할 권리 등을 꼽았다.
특히 자신을 실제 나이보다 어린 쪽으로 할 수 있다면 반대로 더 나이를 먹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원고가 차별을 느낀다면 현행법 아래서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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