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군부정권 최고 지도자인 총리가 국왕의 대관식 개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4년이 넘는 군부 통치로 개헌 후속 입법과 전 국왕의 장례식 등 여파로 미뤄져 온 총선 일정이 또다시 대관식의 영향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전날 차이야품주에서 열린 댐 건설 공개 행사에서 "곧 국왕의 대관식이 열릴 것이다. 정확한 일정은 국왕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이어 "대관식 일정이 정해지면 평화와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면서 "국왕은 이 나라를 떠받치는 기둥이며, 태국 국민은 국왕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태국 국왕은 70년간 재위했던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라마 9세)이 서거한 직후인 지난 2016년 12월 왕위를 승계했다.
그러나 와치랄롱꼰 국왕은 이후 선친의 장례식 일정 등을 이유로 대관식을 미뤄왔다.
쁘라윳 총리의 대관식 일정 언급은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 채비가 한창인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프라윳 총리는 이르면 내년 2월 24일 총선을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총선에 앞서 대관식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016년 개헌 국민투표 이후 후속 입법과 전 국왕 장례식 등으로 미뤄져 온 총선이 또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태국은 내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순회의장국을 맡아 관련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국제 행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쁘라윳 총리는 총선과 아세안 의장국 역할 수행이 평화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태국이 민주주의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규정은 지켜야 한다"며 "또 아세안 정상회의를 방해하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국은 10년 전 아세안 의장국을 맡았을 당시 파타야에서 아세안 정상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탁신을 지지하는 '레드셔츠' 회원들이 회의장에 난입해 정상회의가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다.
당시 태국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도 일정과 장소를 바꾼 뒤에야 겨우 치르는 등 정정 불안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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