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다카시의 분석서 '나만 바라봐'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감정 기복이 심하다. 속마음과는 정반대로 행동하곤 한다. 마음속에 공허감을 품고 있다. 주목받지 못하면 따돌림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별 것 아닌 일에도 과잉반응을 한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심한 경우 자살 시도나 자해를 한다.
경계성 인간(경계성 인격 장애자)으로 불리는 사람들 특징이다. 타인에게 관심받고,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심하면 병적 상태가 된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관심병이 바로 그렇다. 경계성 인간은 그 질병에 사로잡힌 희생자들이다.
근래 들어선 '관종짓'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활개친다. 타인의 관심을 끌려 노력하는 사람들, 즉 '관심 종자'들이 하는 행동을 말한단다. 카카오톡 프사(프로필 사진)에 셀카를 부지런히 올린다. 여행, 쇼핑, 일, 인간관계 등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각각 SNS에 내보인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관심받고 싶으면서도 다른 누군가가 관심받기 위해 스스로 노출해대면 '관종짓'이라며 비난하기 바쁘다는 점이다. 이율배반이자 자가당착이랄까.
일본의 정신의학자 오카다 다카시(岡田 尊司) 씨는 타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경계성 인간'의 심리와 인간관계를 심층 분석한 '경계성 인격 장애'를 펴내 주목받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일본에서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킨 이 심리분석서가 '나만 바라봐'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근래 들어 급속히 늘어나는 인간 유형, 즉 경계성 인간의 정체와 특징, 현상과 대처법 등을 전문가적 관점에서 기술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자의 관심 없이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게 도를 넘으면 병이 된다. 쉽게 상처받거나 과도하게 불안해한다. 감정 기복이 극과 극이어서 기분이 좋아 보이다가도 사소한 일로 갑자기 어두워진다. 나아가 절망적인 침울함에 사로잡히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들 만큼 분노를 터트린다. 상당히 뛰어난 능력이 있음에도 스스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해 자학하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시도한다.
'경계성(境界性)'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38년이었다. 미국 정신 분석가인 아돌프 스턴(1879~1958)은 신경증과 정신병 경계선이라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했다. '경계성 인간'은 이를테면 '보더라인 그룹(border line group)'으로, 자기애(自己愛)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경우, 일반인의 2%, 정신과 외래환자의 11%, 입원환자의 19%가 이 경계선 인간의 진단 기준에 해당하며 일본도 수치가 비슷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네 배가량 많다"고 말한다.
경계성 인간의 최대 특징은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강하고, 대인관계가 극단적이고 불안정하며,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감정이 바뀐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분노 조절이나 감정 조절에 미숙하며, 마음에 끊임없이 공허감을 품고 있고, 자기가 누구인지 명확한 정체성 인식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타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자신의 시점과 타자의 시점을 혼동하기 쉽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사실. 흑이냐 백이냐, 0%냐 100%냐, 성공이냐 패배냐, 적이냐 아군이냐 하는 식으로 치우치곤 한다. 게다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유기불안과 애정결핍이 심한데 그 저변에는 강한 자기부정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저자는 근래 들어 심한 양가감정의 경계성 인간이 급증하는 이유로 극히 어린 시기에 부모로부터 분리되거나, 안정이 위협받기 쉬운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꼽는다. 핵가족화와 저출산, 지역사회 붕괴에 의한 가정의 세분화와 밀실화 여파로 애착형성이 어려워지면서 자기애성 인간 유형과 비공감성 인간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경계성 인간의 대처요령으로는 변함없는 페이스로 변함없는 거리를 유지하며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가르치려 하기보다 중립적 태도로 공감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한다. 경계성 인간이 일탈 행동을 보일 때는 온화하되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는 평정심 또한 중요하다.
당사자의 시각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분법적 인지 성향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분법의 함정에 빠지면 행복한 상황도 불행으로 인지해버리는데, 괴롭고 힘든 삶을 편하고 쉬운 삶으로 바꾸기 위해선 주변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수용 방식을 바꾸는 게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양북스 펴냄. 288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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