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영인 기자 =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누구인지 모르는 '은경'이를 반복해서 찾는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랑곳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뜬금없이 뱉는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이 되면'의 주인공이자 중증발달장애인 정혜정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친언니 정혜영 감독과 함께 4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영화의 제목인 '어른이 되면'이란 말은 주인공인 혜정이 13세 때부터 18년 동안 머물렀던 장애인 수용 시설에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통제됐을 때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한 살 차이인 31살의 언니 혜영은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한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다. 정부의 복지서비스를 받고자 알아보던 중 최소한 6개월은 누구의 힘도 아닌 둘이서 살아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에 그 기간 둘이 '살아내는' 과정을 영화로 담기로 했다.
정혜영 감독은 영화로 만드는 과정 동안 가장 많이 깨닫게 된 것은 자신의 변화된 모습이었다고 했다.
"심적인 고비가 많았어요. 혜정에게서 비롯됐다기보단 저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죠. 동생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장애인은 어떨 것이라는 생각, 그런 것들을 버리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초반 동생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많았던 언니는 후반부로 갈수록 삶의 일상들을 동생과 함께 편안히 나누는 모습으로 변모해간다. '혜정의 언니'로서의 삶과 자신의 삶이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 감독은 두 개의 삶이 결국 하나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장애인 가족이 얼마나 고충을 겪고 있는지를 말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장애인 가족이 함께 좌충우돌 일상을 살아내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하잖아요."
정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눈물을 통한 동정을 호소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음악과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혜정 특유의 '흥'과 돌발행동이 영화 곳곳에서 터져 생각보다 웃음의 타율이 높다.
일상의 변수, 그것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어찌 됐든 장애인과 비장애인, 혜영과 혜정 자매는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 영화 '어른이 되면'은 그 조화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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