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극의 진실 드러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유족이나 목격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고 진상규명에 앞장서는 양심 있는 일본 시민이나 학자도 70∼80대라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이 비극의 진실을 드러내고 해결해야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오는 8일 일본 도쿄 한국YMCA 회관에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주최로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돌아보는 추모와 인권 모임'에서 상영될 다큐멘터리 '불하된 조선인'(1986년 작품)을 제작한 재일동포 2세 오충공(63) 씨는 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육군이 보호 명목으로 나라시노 수용소에 수감된 조선인을 마을마다 조직된 자경단에게 살해용으로 배급했던 사건을 담고 있다.
'감춰진 손톱자국-도쿄 아라카와 제방 주변으로부터 시타마치에 이른 학살'(1983년 작품)에 이어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된 조선인을 다룬 오 씨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오 씨는 세 번째 작품 '1923년 제노사이드-93년간의 침묵'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앞선 두 편에서 다루지 못했던 기록과증언, 발굴된 유골을 통해 확인된 유족들의 이야기들을 담아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오 씨는 "당시 조선인에게 가해진 폭력은 인종차별에 근거한 대량학살범죄"라며 "최근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로 인해 당시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건물이 절반 가까이 파괴되고 물과 전기가 끊긴 데다 여진까지 들이닥치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면서 간토대지진 당시 사람들이 겪었던 공포감과 이를 떨쳐버리고 싶었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며 "그래서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간토대지진의 기록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關東·관동) 지방에서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해 40여만 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고, 자경단, 경찰, 군인에 의해 재일 조선인 6천661명(독립신문 기록)이 희생된 이른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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