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본사 2차 방문했지만 면담 또 거부…접수처에 이달 24일까지 답변요청서 남겨
"신일철주금 측 '만날 수 없다·할 말 없다'고만 해…답변 없으면 자산 압류 절차"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지난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4일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자 일본 도쿄(東京)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본사를 두 번째로 찾았지만 직접 면담은 또다시 이뤄지지 못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인 원고측 변호인인 임재성·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오후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마루노우치(丸ノ內)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지난달 12일에도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배상하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들고 신일철주금을 찾았지만, 회사 직원과 직접 면담은 하지 못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10여 분간 본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판결 이행과 관련해 "포괄적 논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회사 측에 전달하기 위해 이번 방문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신일철주금 측은 방문 요청에 이번에도 "만날 수 없다"고만 밝혔으며 그 이유라도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임 변호사는 "한 나라의 최고 법원이 내린 판결이고 오랜 기간 진행된 소송이었다는 점에서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이러한 답변은 모욕적이라고 느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요청서를 접수처에 두고 가면 회사 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해 이번에는 두고 왔다"고 말했다.
요청서에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 이행방법, 배상금 전달식을 포함한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 등 2개 안건에 대해 오는 24일 오후 5시까지 답변해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요청서는 신일철주금이 기업행동규범 제8조에서 '각국·지역의 법률을 준수하고 각종 국제규범, 문화, 관습 등을 존중하여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스스로 공언한 기업 행동규범을 바탕으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신속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요청서는 또 "신일철주금은 과거에 다른 사건에선 피해자와 위로금 지불을 포함해 화해를 이룬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신일철주금이 아마 오늘 안에 요청서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며 "이행방법을 어떻게 얘기할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대형 기업인 신일철주금도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일본 정부 때문에 대응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댄다면 "더는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도 원고를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세은 변호사는 "생존자가 고령인 만큼 판결이 조속히 이행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노력에도 신일철주금이 "이달 24일까지 답변을 하지 않으면 해당 주에 한국 내 자산압류 절차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원고 측은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PNR'의 주식을 압류할 방침으로 전해진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달 중 다른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추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과거 신일철주금과 관련해 183명의 피해자가 있다는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의 조사 결과가 있었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변호사는 "압류 절차를 진행한다해도 협의를 항상 최우선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현장에서 공개한 영상에서 이번 소송의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94) 할아버지는 최근 변호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살아있을 때 배상이 이뤄져야 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는 이어 인근 주일외국특파원협회로 자리를 옮겨 일본과 해외 취재진 60여명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김 변호사는 회견에서 신일철주금의 협의 의사가 없을 경우 압류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재차 거론한 뒤 "신일철주금이 가진 PNR 주식 234만여주는 11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신일철주금은 한국에 지적 재산권도 갖고 있어 압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상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일본으로, 일본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금지 규약을 위반했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피해자들의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신일철주금 직원을 만나기 위해 두 차례 방문했지만 모두 만나지 못했다"며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일철주금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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