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품종의 역습…샤인머스켓 포도·엔비 사과 '불티'

입력 2018-12-06 06:00  

외국 품종의 역습…샤인머스켓 포도·엔비 사과 '불티'
샤인머스켓, 상륙 3년만에 재배면적 10% 육박…"묘목 못 구해 난리"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국내 과일 시장에서 '샤인머스켓' 포도와 '엔비' 사과로 대표되는 신생 외국 품종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도 '토종 품종' 개발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인터넷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올해 9월 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샤인머스켓 포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60%나 급증했다.
엔비 사과 판매량 역시 같은 기간 228%나 껑충 뛰었다.
샤인머스켓은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SNS나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우리 식탁을 파고들었다.
평소 먹던 캠벨이나 거봉 포도는 씨와 껍질이 있어 먹기에 번거로운데, 샤인머스켓은 당도가 높고 크기가 큰 데다가 먹기도 쉽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국내에는 껍질째 그냥 먹어도 되는 청포도 품종이 딱히 없었다"며 "다른 품종은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어려운데, 샤인머스켓은 평소 하던 대로 키워도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샤인머스켓은 1㎏당 적어도 1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며 "캠벨 1㎏이 2천∼3천원, 거봉이 6천원 이상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적어도 2∼3배 이상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 농가에는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품종이긴 하지만 미국·칠레산 수입 청포도와 달리 엄연한 '국내산'이다 보니 농약 등에 대한 우려로 수입산을 꺼리는 국내 소비자들도 쉽게 공략했다는 평가다.



농진청에 따르면 샤인머스켓은 일본에서 유래했다. 2006년 일본에서 처음 개발돼 2015년 국내에 도입됐다.
다만, 품종 개발 후 6년 이내에 우리나라에 품종 등록을 해야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데 일본에서 하지 않아 우리 농가가 일본 측에 따로 내는 비용은 없다.
샤인머스켓은 국내에 처음 도입된 뒤 3년 만에 추정 면적으로는 약 1천㏊, 전체 포도 재배면적 가운데 약 7∼8%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2015년 도입 이후 최근 3년간 포도 농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일선 농가에서 묘목이 없어 구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 농업 당국 역시 이 같은 샤인머스켓 열풍을 인지하고, 국내 토종 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입 청포도는 씨를 없애고 알맹이 크기를 키우고자 생장조절제를 투여하는데, 약 없이도 큰 포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농진청 관계자는 "캠벨 정도의 크기로는 이미 개발돼 있지만, 거봉 정도의 크기가 나오려면 최소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현재 국내 품종 포도로는 '흑보석'이라는 거봉과 유사한 품종이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에서 유래한 사과 품종인 엔비 역시 대형마트 할인 행사 등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우리 사과 시장은 흔히 '부사'로 널리 알려진 '후지' 품종이 전체 재배면적의 60∼70%를 차지하고, 토종 품종인 '홍로'가 16%가량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엔비 사과는 국내 1개 기업이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전량 계약재배를 통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빠르게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엔비 사과는 다른 품종보다 경도(단단함)가 높고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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