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의도 전달 실패해 결과적 갈등 만들었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브랜뉴뮤직이 소속 가수 산이(본명 정산·33)의 콘서트 막말 사태가 터진 지 이틀 만에 사과했다.
'페미니스트'라는 곡에서 남성 혐오를 미러링으로 돌려주는 극단적인 여성들을 정조준한 산이는 이후 '6.9cm', '웅앵웅'을 연달아 발표해 논란 중심에 섰다.
브랜뉴뮤직은 4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브랜뉴이어 2018' 콘서트와 관련한 모든 논란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관객분들과 아티스트를 포함해 이번 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전한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주의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이는 지난 2일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브랜뉴이어 2018' 무대에서 논란 중심에 섰다.
발단은 지난달 16일 이수역 남녀 폭행 사건을 계기로 쓴 '페미니스트'란 곡이었다. 그는 이 곡에서 '넌 또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고저쩌고',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등 랩을 해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공연장에서 일부 관객이 이와 관련해 야유를 보내자 산이는 "제가 여기 오신 워마드, 메갈 너희들한테 한마디 해주고 싶은 건 아이 돈트 기브 어 X(I Don't give a fuxx). 워마드는 독, 페미니스트 노(no) 너네 정신병"이라고 외쳤다. 자신을 비판한 래퍼 제리케이를 겨냥해 욕설하기도 했다.
이어 "오늘은 제 마지막 브랜뉴뮤직 콘서트다. '산이야 추하다' 이런 거 (적힌 인형을) 던지는 분들, 네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내가 존중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여러분이 여기 돈 주고 들어왔지만, 음식점에 갔다고 그냥 깽판 칠 수 있는 거 아니다. 갑질하지 않는 멋진 팬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산이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공연은 잠시 중단되기까지 했다.
공연 이튿날인 3일 공개된 신곡 '웅앵웅'으로 논란은 증폭됐다. 그는 이 곡에서 '메갈은 사회악, 진짜 여성은 알지 얘네는 정신병이야/ 남혐 안 하면 적이고 욕하지 자기 아빠두/ 좌표 찍고 몰려오는 소리 쿵쾅쿵'이라고 말했다. '쿵쾅쿵'은 극단적인 남성 커뮤니티에서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은 대체로 뚱뚱하다는 취지로 비하할 때 쓰는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혐오를 비판하기 위해 혐오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산이의 노래 '페미니스트'가 당초 남녀 대결구도를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갈등 국면을 만들었다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안 없는 비판은 의도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性) 대결이 재점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장은미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특성상 혐오발언이 유희적 요소로 통용되며 발언이 셀수록 주목받는다"며 "누군가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걸 재미 추구 수단으로 사용하면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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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뉴뮤직 "책임 통감, 주의하겠다"...산이 막말 논란 사과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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