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0%대 고공행진 '남자친구' 곧장 1위 진입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스페인 그라나다 전역에서 중세 기사들과 검술로 겨루며 최고 전사로 거듭난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땅이 꺼지고 하늘이 솟는데 현실처럼 생생하다.
준비물도 간편하다. 인이어 장치와 스마트 렌즈, 게임 팩, 세 가지만 갖추면 진짜보다 진짜 같은 가상 현실을 누릴 수 있으니 게임중독이 이해될 법도 하다.
5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11월 다섯째 주(11월 26일~12월 2일) 콘텐츠영향력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tvN 새 주말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2위로 단숨에 진입했다. CPI 지수는 244.3. 시청률도 1·2회 모두 7%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게임 화면 역시 신선했다.
전혀 모르는 플레이어 경기를 중계해주는 게임 전문 채널보다도, 서사가 있는 드라마 주인공이 하는 플레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야기와 간접 플레이 경험을 동시에 즐기는 셈이다.
가상 현실을 소재로 한 작품은 컴퓨터그래픽(CG) 질이 승패를 좌우하는데 이 드라마는 CG도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분수대 광장에서 중세 기사가 검으로 땅을 가르고 차가 부서지는 장면이나 유진우(현빈 분)가 식당 화장실에서 걸쇠를 잡아당기자 하늘에서 검이 내려오는 장면 등은 압도적이었다.
아울러 진짜 게임과 달리 진우가 '게임 오버' 될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과정이 압축적으로 연출돼 지루함도 덜었다.
게임에서 얼굴을 알 수 없는, 혹은 아바타로 대변하는 상대 플레이어가 아니라 실물을 마주한다는 설정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물론 허공에 대고 연기했을 현빈의 남다른 연기력도 이 드라마가 흡입력을 갖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초반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원천은 단순히 증강현실 게임을 처음으로 드라마에 활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송재정 작가는 전작 '나인'이나 '더블유(W)'에서 보여준 촘촘한 필력을 이번에도 자랑한다. 그는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큰 소재가 있지만 그에만 기대지 않고 서사를 쌓아 올린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설정이 웹툰과 현실을 오가던 'W'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인생을 게임 하듯 겨루며 살아온 진우와 형석(박훈)의 관계, 그 속에서 세주(찬열)를 먼저 얻고자 하는 두 사람 심리전 등이 골자라 장르극 매력도 느낄 수 있다.
그에 곁들인 진우-희주(박신혜)의 로맨스 역시 과한 듯하지는 않다. 가상 공간과 현실, 진우와 형석의 한판 대결 등 이미 굵은 줄기가 있는데도, 송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력으로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결국에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주 누나인 희주가 어떤 과정으로 진우와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이미 진우가 희주를 언급하는 내레이션이나 진우가 열차 안에서 세주와 같은 복장으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복선으로 깔려 여러 추리를 낳는다.
한편, CPI 1위는 송혜교-박보검 만남으로 화제를 모아 2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tvN 수목극 '남자친구'가 가져갔다. CPI 지수 역시 326.0으로 2위와 압도적인 차이다.
☞ 용어설명 : CPI 지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NM 7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vN)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직접 검색자수(국내 주요 포털 6개사), 소셜미디어 버즈량(블로그·게시판·SNS 전수조사) 2가지 실측 데이터를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산출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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