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코커 외교위원장 "빈살만 왕세자 연루…"의문의 여지 없다"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조사 결과를 상원에 보고했고, 의원들은 이를 토대로 이번 사건에 사우디 왕세자가 연루됐다고 비판했다고 미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스펠 국장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 세출위 여야 지도부에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비공개브리핑 형태로 보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해스펠 국장의 보고를 받은 뒤 취재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살해를 명령하고 감독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알았다는 것에 전혀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코커 위원장은 "만약 그(사우디 왕세자)가 배심원단 앞에 선다면 30분 안에 유죄 평결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WP는 전했다.
상원의원들은 왕세자가 암살 사건에 가담했다는 점을 압도적으로 가리키는 증거들이 제시됐다고 말했다고 WP는 부연했다.
코커 위원장은 또 사우디 왕세자가 이 사건에 관여됐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상원 군사위 소속인 친(親) 트럼프계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 캐롤라이나) 의원은 "스모킹 건(smoking gun)은 없고, 스모킹 톱(smoking saw)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WP와 CNN 등은 전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용의자의 총이 범죄 소명에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을 비유한 '스모킹 건'에 빗대 살해 당시 톱이 쓰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있었음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암살조 15명이 사건 당일 이스탄불로 와서 카슈끄지의 시신을 뼈를 자를 때 쓰는 톱으로 분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또 "빈 살만 왕세자의 명령에 따라 사건이 조직되고 준비됐으며 카슈끄지의 죽음에 왕세자가 복잡하게 연루됐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으려면 고의적으로 눈이 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스펠 국장은 지난달 28일 상원 보고에 불참했다가 의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보고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출석해 카슈끄지 사건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연루됐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해스펠 국장의 브리핑은 지난주 전체 상원을 대상으로 했던 폼페이오 장관 및 매티스 장관의 발언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한편 CIA 보고 대상에서 배제된 일부 의원은 비공개브리핑이 열린 것을 비판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이날 브리핑은 여야 상원 지도부 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보고 대상이 8명으로 제한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ABC는 덧붙였다.
외교위 소속인 공화당 중진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기자들에게 격분한 어조로 "우리는 미디어에서 그 내용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딥 스테이트'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딥 스테이트'는 국가 정책과 정치를 왜곡하고자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을 뜻한다.
그는 트위터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왜 모든 상원의원이 알 수 없는가? 딥 스테이트는 모든 사람이 어둠 속에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비공개브리핑은 미 상원이 사우디 주도의 예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는 와중에 이뤄졌으며 이르면 6일 표결이 진행될 수 있다고 NYT와 A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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