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말레이 항구확장 계획에 "영해침범" 주장 맞불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에 위임했던 말레이반도 남부 조호르주의 '공역 통제'(airspace control) 권한을 반환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갈등이 일고 있다.
5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앤서니 로케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싱가포르 셀레타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가 자국 영공을 지나는 것은 주권 침해 요소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싱가포르는 주로 프로펠러기와 상용제트기 등이 이용하는 셀레타르 공항에 나쁜 기상조건 속에서도 안전한 착륙을 유도하는 ILS(계기착륙시설)를 설치해 내달 3일부터 운용할 예정이다.
로케 장관은 현재 계획대로라면 셀레타르 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는 약 2㎞ 떨어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파시르 구당 지역 상공을 저공 비행해 활주로에 접근하게 되며, 이는 해당 지역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달 말 싱가포르 측에 해당 비행경로 이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1974년 싱가포르에 위임했던 조호르주의 공역 통제 권한도 반환받기로 했다.
로케 장관은 "이제는 우리도 항공관제 능력이 향상됐기에 영공 통제 권한을 되찾을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싱가포르 측과 협상을 개시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로부터 조호르주의 공역 통제 권한을 반환받는 시기에 대해선 2019∼2023년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교통부는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주권을 존중한다"면서도 "이 지역의 공역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곳 중 하나다.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충격이 미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교통부는 이어 별도의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조호르 바루 항(港) 경계 확장 계획이 자국 영해를 침범할 소지가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싱가포르 교통부는 "말레이시아가 최근 조호르 바루 항의 경계를 싱가포르 영해를 잠식하는 형태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것을 엄중한 우려와 함께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강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때, 말레이시아 연방에 가입했다가 1965년 축출된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영유권 등 문제로 종종 분쟁을 벌여왔다.
다만, 현지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일부도 조호르주 상공을 지난다면서, 이와 관련한 갈등이 분쟁으로 확대되기보다는 적정한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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