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갖고도 수십 년 발만 동동…규제 시름 하던 접경지 '화색'

입력 2018-12-05 15:44  

내 땅 갖고도 수십 년 발만 동동…규제 시름 하던 접경지 '화색'

당정, 여의도 116배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민통선 출입 자동화
접경지 주민·자치단체 해제 환영…무분별한 난개발 우려 목소리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여의도 면적 116배에 달하는 부지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는 소식에 땅을 가지고도 재산권 행사에 애를 먹었던 접경지 주민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규제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종 규제에 발전이 더뎠던 만큼 주민들은 자유로워진 재산권 행사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와 함께 민간인통제선 출입통제소에 무선인식(RFID)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민통선 이북 지역을 출입하는 영농인들 불편도 줄어들게 됐다.

◇ 24년 만에 최대규모 해제…접경지 "활력 되찾길"
국방부는 5일 당정 협의로 수도권을 포함해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여의도 면적 116배인 3억3천699만㎡로, 1994년 17억1천800만㎡를 해제한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보호구역 해제지역의 63%는 강원도, 33%는 경기도로 주로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지역이다.
강원도 화천군에선 1억9천698만㎡의 보호구역이 해제돼 화천군 내 보호구역 비율이 64%에서 42%로 낮아졌다.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환경규제 등 각종 규제로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주민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김충호 화천군번영회장은 "무엇보다 경제활동이 자유로워졌다"며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정부가 주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것 같다"고 반겼다.
그는 "조그만 사업을 하더라도 군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매우 홀가분해졌다"며 "보호구역이 더 해제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화천군 관계자도 "시내권까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묶여 개발 제한을 받았는데 시내권 일부와 인접 지역까지 해제되니 각종 인허가가 상당히 수월해졌다"며 "앞으로 접경지역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지역은 군 협의 없이 건축 또는 개발할 수 있고, 제한보호구역 완화지역은 군 협의로 건축물 신축 등이 가능해졌다"며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가능 및 정주 의욕 고취, 이에 따른 지역 발전과 개발 가능 대지 확보 등을 통해 평화(접경)지역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경기·인천 접경지역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연천군 전곡읍 주민 박모(58)씨는 "고향을 버리고 떠난 주민들이 적지 않아 각종 대책에도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며 "각종 개발로 마을이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고 이번 조치를 반겼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지역인 강화군 교동면 서한리 최용해(71) 이장은 "섬 주민들은 코앞 바다에도 한 발짝 못 나가고 육지보다도 통제가 심했다"며 "해안가 철조망은 그대로지만 규제가 풀리면서 접경지 관광 사업에도 좀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 "더 과감히 규제 해제해주길"…"무분별한 개발 우려"
이번 결정으로 해제구역에선 더는 건축물이나 토지의 증·개축 등 개발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그동안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는 화장실 하나도 제대로 지을 수 없었다.
차라리 집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폐가가 속출, 유령마을이 돼버리기도 했다.
공장을 지으려면 군의 조건부 동의를 받아 건물 옥상에 군사시설을 설치해야 했다.
접경지 주민들은 "남북관계가 좋아진 만큼 보호구역을 더 해제하는 등 시대 흐름에 따라서 풀어줄 건 더 풀어줬으면 한다"고 얘기한다.
자신이 사는 집도 마음 놓고 증축하거나 수리하지 못했던 만큼 개발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유종근 철원군번영회장은 "더 욕심이 있다면 환경규제 등 이중 삼중 규제를 과감하게 해제해 안보의 최일선에서 희생해온 접경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나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훈 김포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규제 완화에 따른 환경 훼손은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환경 오염이 심각한 대곶면 등지는 폐기물 업체를 비롯한 소규모 공장이 더 들어설 수 있다"고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했다.
이어 "만약 김포 북부 지역 쪽의 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염하강 쪽 한강 생태 축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곤 하지만 아직 개발요인이 크게 잠재된 것이 없다"며 "조그맣게 개발하는 일은 있겠으나 부동산 투기꾼들이 몰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도윤 최은지 박영서 기자)
kyoon@yna.co.kr, chamse@yna.co.kr,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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