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쓰레기 대란' 재연되나?…리사이클링타운 주민-市 갈등탓

입력 2018-12-05 15:58  

전주 '쓰레기 대란' 재연되나?…리사이클링타운 주민-市 갈등탓
주민 "약속한 출연금 현금지급하라"…검사강화로 쌓이는 쓰레기
전주시, 현금지급 불가…"최악 상황 대비해 임시 처리장 검토"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전주에서 쓰레기 대란이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전주시 완산구 상림동 종합리사이클링타운 인근 주민들이, 시 당국에 애초 약속한 출연금을 현금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하며 성상 검사(분리수거 여부를 맨눈으로 검사하는 과정)를 강화해 쓰레기 수거와 처리 작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주민은 반입 쓰레기의 10% 이내에서 성상검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불량 쓰레기가 발견되면 전주시에 신고해 (시가) 처리토록 하고 있다.



특히 리사이클링타운 운영업체인 태영의 내부 처리 설비 교체로 쓰레기 처리가 다소 지연돼온 터에 인근 주민의 성상 검사 강화조치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늘어나는 김장철에 이처럼 수거·처리 작업이 늦어지자 전주시 산하 각 구청에 쓰레기 악취를 호소하는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리사이클링타운 주민지원협의체의 진재석 위원장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가 현금 지급 약속 등을 이행하지 않아 불량 쓰레기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리사이클링타운을 유치할 당시 전주시가 50억원의 출연금을 약속했으나 현재 절반가량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시는 나머지를 즉각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전주시장이었던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출연금 50억원을 한 번에 주겠다고 약속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송 지사는 당시 '다음 시장이 어느 누가 오더라도 현금 지원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했는데, 전주시의회가 2016년 현금 지급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었다"면서 "시는 애초 주민들과 한 약속을 즉시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독차와 청소차 지원 ▲대형폐기물 종합리사이클링타운 별도 설치 ▲현행 연간 6억원인 반입 수수료 인상 ▲주민 고용 확대 등 20여 가지의 요구사항을 전주시에 전달했다.



해당 조례안이 통과했던 2016년의 경우 주민협의체가 반입 쓰레기 검사를 강화하면서 쓰레기 수거와 반입·처리가 지연돼 보름여 전주 시내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주시는 2012∼2014년 출연금으로 애초 약속한 출연금의 절반가량인 24억6천만원을 160여 가구로 구성된 주민협의체에 전달했으나, 2016년 개정된 조례에 따라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전주시가 현금지급을 하지 않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조례에 따른 것이지만, 각종 혐오시설 유치 때마다 주민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수익사업을 명목으로 한 출연금이 주민의 자의적 배분 과정에서 심각한 주민 갈등으로 번진 것도 현금 지급 중단의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는 쓰레기 성상 검사가 강화하는 종합리사이클링타운 인근 주민을 상대로 설득을 하면서 쓰레기 대란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선식 전주시 복지환경국장은 "현금 지급을 금지하는 조례에 따라 원칙대로 하고 있다"면서 "쓰레기 대란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임시 처리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지원협의체가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상대로 조만간 전북도청에서 전주시장 시절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ic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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