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쓰다가 낡으면 버리는 하찮은 자수와 보자기를 세계인이 공감하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고(故)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을 기리는 문집이 나왔다.
모두 7권으로 이뤄진 문집 '온 세상을 싸는 보자기-한국자수박물관 운영 50주년 기념문집'에는 우리나라 박물관계, 문화계, 재계 인사, 문인, 작가뿐 아니라 일본, 호주, 미국, 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의 박물관장, 큐레이터 등 56명이 글과 작품으로 참여했다.
생전에 허 관장이 세우고 손수 '한국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이란 별칭을 붙인 한국자수박물관은 5일 정동 한 식당에서 문집 발간을 언론에 알렸다.
각 권은 국내외 박물관 관장과 박물관 관계자의 글을 담은 '규방 문화를 세계로'와 '작은 박물관의 큰 기적'을 비롯해 논문집인 '학문으로 정립한 규방 문화', 작가들의 글을 모은 '자수, 보자기와 한평생' 등으로 구성됐다.
각계 인사들의 글이 담긴 '보자기 대통령', 사진집 '사진으로 본 인간 허동화', 허 관장의 작품집 '상상의 꿈을 그리는 추상화가'도 있다.
허 관장은 직장생활을 하다 1970년대 초반 민화 수집가인 대갈 조자용 선생의 조언을 듣고 사람들이 크게 눈여겨보지 않은 자수와 보자기를 본격적으로 모았다. 치과의사인 부인 박영숙 원장도 자수를 좋아해 고인과 함께 자수 수집에 매달렸다.
박 원장이 운영하는 강남구 논현동 병원 옆에 한국자수박물관을 설립해 50년 가까이 관장을 지내면서 국내외에서 100여 차례 기획전을 개최했다.
그가 수집한 유물은 보물 제653호인 '자수 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인 '운봉수 향낭', '일월수 다라니주머니', '오조룡 왕비 보'를 포함해 자수병풍·보자기·자수공예·복식·장신구·침선구 등 5천여 점에 이른다.
평생 수집한 유물을 서울시에 기증했으며 서울시가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 중인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보관될 예정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허동화 님은 가을 낙엽으로 봄의 꽃동산을 만드는 마술사"라고 평했다.
한국박물관학회는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문집 발간을 추진했다.
허 관장은 문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건강이 나빠졌으며, 지난 5월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한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책을 국공립 도서관, 공립박물관, 대학박물관 등 관련 기관에 무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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