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광주형 일자리'로 경차시장 재진입…과제도 산적

입력 2019-01-30 18:52  

현대차, '광주형 일자리'로 경차시장 재진입…과제도 산적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새 경형 SUV 생산계획
노조 반발 해결·사업 지속성 확보는 숙제로 남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30일 우여곡절 끝에 사실상 타결되면서 현대자동차[005380]의 첫 국내 위탁생산도 마침내 첫걸음을 떼게 됐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기존의 절반 이하 수준의 임금으로 새로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위탁 생산함으로써 제품군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동차 위탁생산을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하는 게 처음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합의에 따라 현대차는 광주시가 신설하는 독립법인에 2대 주주로 참여해 전체 투자금액의 19%가량인 약 53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현대차는 광주공장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지만, 주요 주주로서 제품 위탁생산과 함께 경영진 인선 등의 과정에는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에서는 현대차의 1천㏄ 미만 경형 SUV가 연간 10만대 규모로 생산된다. 현재 울산공장 등에서 생산하지 않고 있는 완전히 새로운 신차다.
1천㏄ 미만이라 경차급이지만 수요가 한정적인 경차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차별화를 둘 수 있는 SUV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경차 아토스 생산을 지난 2002년 중단한 이후 제품군에 경차가 빠져 있었다.
꾸준한 시장 수요가 있어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모델임에도 단가 자체가 낮아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고임금 구조인 기존 공장에서 생산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논의되자 현대차는 생산원가를 절감하면서 경차 라인업 공백을 메워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는 트렁크와 승객석이 구분된 세단형이 대부분이며 기아차[000270] 레이가 그나마 트렁크와 승객석이 개방된 SUV 형태를 갖고 있다.
광주공장에서 생산될 경형 SUV는 경차의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도 충분한 적재공간 확보가 가능한 SUV 형태라는 점에서 수요가 한정적인 경차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성장하는 소형 SUV 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으나 현대차로서는 노조의 거센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정경유착 노동적폐 1호로 규정한다"고 비판하면서 대정부 및 대회사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기아차 노조와 함께 협약식이 열리는 31일 확대간부 전면파업에 돌입하고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 하향 평준화와 기존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생기는 데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동차 시장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의 임금인상 명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봉 3천500만원대 공장이 생기면 연평균 9천200만원(지난해 기준)을 받는 현대차 노조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어렵게 된다.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현대차는 생산 차질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상황에서 노조가 불법 파업을 이어갈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노조 반발을 잠재우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자동차의 위탁생산 모델 자체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아차는 이미 동희오토에 경차인 모닝과 레이를 위탁해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와 손잡고 위탁 생산하는 사례는 현대차가 처음이다. 기업 차원에서 공동 사업할 때와는 운영 방식이나 의사결정 구조 등이 달라 경영진 인선을 비롯한 초기 사업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경형 SUV가 충분히 팔릴지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부터 현대차 울산 제3공장도 연간 10만대 규모의 소형 SUV를 생산할 예정인데, 2017년 기준으로 14만여대에 그친 국내 소형 SUV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간섭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거쳐 내놓은 모델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한 현대차로선 추가적인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급차 업체를 제외하고 10만대의 생산능력으로 수익을 달성한 경차 생산업체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자동차 공급능력이 과잉인 상황에서 경차와 저임금만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광주공장이 현대차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물량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려면 현대차 외에 다른 완성차업체의 생산물량을 따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공장 자체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기존의 완성차공장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로서 현대차나 광주시에 도전적인 일"이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차를 공급받고 판매해 수익성과 고용을 유지하는 선순환을 이루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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