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간첩 협의로 종신형이 선고됐다가 간신히 풀려난 영국인 매슈 헤지스(31)가 5개월간의 구금 생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영국 더럼대학교에 소속된 박사 신분의 연구원인 그는 지난 5월 UAE 두바이 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UAE는 그가 연구 자료 수집을 빙자해 UAE의 안보, 국방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수집했다며 종신형을 선고했다가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달 말 석방했다.
헤지스는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UAE에서 감금된 동안 "고문받은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발목에 수갑을 찬 채 15시간 동안 신문을 받는가 하면, 위험한 약물을 투입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독방에서 식사 시간을 제외한 하루 23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지내야 했고, 형광성 전구로 인해 편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UAE 정부는 그가 영국 해외정보국(MI6) 소속으로 스파이 활동을 자백했다고 밝혔지만, 헤지스는 이를 부인했다. 헤지스는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아랍어로 된 자백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UAE 당국이 자신에게 이중간첩이 돼 해외 기관의 정보를 훔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헤지스는 아직도 자신이 왜 UAE에서 체포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 자료 수집을 위해 UAE에 머물렀던 2주간 미행과 도청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헤지스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MI6 수장인 알렉스 영거 국장 역시 헤지스가 왜 MI6와 관련해 기소됐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헤지스는 영국 정부가 석방을 위해 노력한 점에 감사하면서도 처음 6주간 그가 어디에 있는지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정부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UAE와 동맹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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