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전당대회서 새 대표 선출…'숙적' 당선시 메르켈 총리직 위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집권 기독민주당의 당 대표직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민당은 7∼8일(현지시간)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당 대표를 결정한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헤센 주 지방선거 다음 날인 지난 10월 29일 선거 부진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총리직도 이번 임기까지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서도 정치 활동을 이어가지 않기로 해 사실상 이번 총리직을 마지막으로 정치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의 승자는 당권을 거머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기 총리 후보 자리를 차지하는 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는 메르켈 총리의 잔여 임기 수행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적으로 힘이 빠진 메르켈 총리와 각을 세워 온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총리실과 당과의 이견으로 조기 퇴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 선거에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6)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63) 전 원내대표, 옌스 슈판(38) 보건부 장관 등이 출마했다.
이 가운데 크람프-카렌바우어 사무총장과 메르츠 전 원내대표 간의 2파전이 예상된다.
최근 공영방송 ZDF가 기민당 지지층을 상대로 여론 조사한 결과, 크람프-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이 38%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고, 메르츠 원내대표가 29%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독일 언론은 여전히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박빙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여성인 데다 메르켈 총리가 올해부터 사실상 후계자로 점찍어와 '미니 메르켈'로 불린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권력 내려놓기'로 메르켈 총리에게 동정 여론이 일어난 덕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반 메르켈 총리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다 밀려난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난민의 기본권 제한을 언급하는 등 난민 강경책을 시사하며 당내 보수세력의 표심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기민당 출신인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하원의장 등 서독 출신 보수적 남성 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메르츠는 선거운동 시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고 있지만,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메르켈 총리와 난민정책 등에서 사사건건 대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약해진 상황에서 총리직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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