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시위 물결에 내년 1월 예정된 유류세 인상 결국 완전 철회
노란 조끼 측 8일에도 대규모 집회 계속…좌파 야당들, 마크롱 불신임 추진
마크롱, 지지율 더 추락 20%대 턱걸이…이번 주말 정국 '분수령'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김정은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지난 3주간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 사태를 촉발한 유류세 인상을 결국 거둬들였다.
마크롱의 지지율이 20%를 겨우 턱걸이한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좌파 소수정당들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결의까지 추진하고 있다.
'노란 조끼'는 시위를 촉발한 유류세 문제 외에 제반 서민경제 현안으로 의제를 확장하며 오는 8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이번 주말이 프랑스 정국의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5일 밤 긴급성명을 내고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내년에 탄소세(유류세)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내년 1월 1일부터 올리려던 경유·휘발유·등유 등에 대한 유류세 인상 계획을 폐기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전날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폭력 사태로 번지자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이 서민들의 부담 완화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여론 진정은커녕 학생과 농민단체, 화물트럭 노조 들이 속속 가세했고 '노란 조끼' 시위가 더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프랑스 정부는 하루 만에 유류세 인상 자체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백기 받아낸 '노란조끼' 시위, '마크롱 퇴진' 요구/ 연합뉴스 (Yonhapnews)
그러나 마크롱의 '백기투항'의 시점은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이미 늦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란 조끼' 시위는 유류세 인상 철회 요구에 그치지 않고 물가 상승과 대입제도 개편, 외국인 대학생 등록금 대폭 인상 등 현 정부 정책들에 대한 전반전인 불만 표출로 이어지면서 마크롱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분출하고 있다.
특히 서민층의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권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마크롱을 향해 노란 조끼를 위시한 국민 대다수 여론이 전반적으로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업 칸타소프르-원포인트가 파리에서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한 지난 1일을 전후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유권자 1천명을 대면 설문 조사한 결과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은 21%로 한 달 만에 5%포인트가 더 추락했다. 같은 조사에서 마크롱의 취임 직후인 작년 6월의 지지율은 57%였다.
이런 가운데 오는 8일 파리 등 전국에서 열리는 네 번째의 대규모 노란 조끼 주말집회에서는 폭력 사태가 또다시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엘리제궁은 극렬 시위대가 또다시 파리 중심가에서 과격 폭력시위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은 이번 주말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지 말고 자택에 머무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의 상점과 음식점들은 폭력시위 재발을 우려해 이날 거의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당국은 현재 도심의 주요시설에서 대테러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군 병력을 오는 8일 집회의 치안 유지에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는 이후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며 폭력 사태로 번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 주말 파리에서는 샹젤리제 주변 상점이 약탈당하고 다수 차량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불탔고, 개선문 외벽에는 낙서로 훼손되고 내부 전시공간이 파괴되는 피해를 보았다.
한 달가량 전부터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 과정에서 현재까지 전국에서 모두 4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한편, 프랑스의 좌파성향 야당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불신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회당(중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급진좌파), 공산당의 3당은 오는 10일 하원에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원에서는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제1당으로, 불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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