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말레이 '조호르 해협' 영유권 갈등 격화

입력 2018-12-06 11:02  

싱가포르-말레이 '조호르 해협' 영유권 갈등 격화
항공기 영공통과 이어 항구 관할구역 확장 문제 대두
외교채널 통해 비난·반박 공방전 지속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길이 50㎞, 가장 좁은 곳의 폭이 1.2㎞에 불과한 '조호르 해협'을 사이에 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영유권 갈등이 악화하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 측의 조호르 바루 항구 '포트 리밋'(Port Limit, 특정 항구의 선박 운항 등 관할권 행사 구역) 확장 움직임에 싱가포르가 영유권 침해를 주장했고, 급기야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상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정식으로 항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전날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식으로 항의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최근 싱가포르 측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정부 소유의 선박이 지속해서 도발적으로 우리 영해를 침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조호르 바루 항구가 설정한 새 포트 리밋은 심지어 1979년 말레이시아가 일방적으로 그어 놓고 우리가 인정하지 않은 해상 경계마저 침범했다"고 덧붙였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어 "이 문제로 양국 간에 형성된 긴장 국면을 시급하게 회피해야 하며 양국은 국제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호르 해협 영유권 갈등은 싱가포르 북동부 셀레타르 공항 이용 항공기의 말레이시아 영공통과 문제로 생긴 양국 관계의 균열을 심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싱가포르는 셀레타르 공항의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을 경우 안전한 착륙을 유도하는 ILS(계기 착륙시설)를 설치해 운용할 예정이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공항에서 2㎞ 떨어진 파시르 구당 상공을 저공비행 하는 항공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싱가포르의 항의를 받은 말레이시아 측도 좀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로케 앤서니 로케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이 싱가포르의 주장을 일축한 데 이어,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까지 나서 "확장된 포트 리밋은 말레이시아 영해 안에 있다"고 맞받았다.
말레이시아 측은 더 나가 정식 외교 채널을 통해 최근 불거진 2건의 영유권 분쟁에 관한 항의 서한을 싱가포르 측에 전달했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강력한 반대와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새로운 포트 리밋은 우리의 영해 안에 있으며, 영해 안에서 포트 리밋을 재설정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국은 남중국해 쪽에 있는 축구장 크기의 바위섬(말레이시아 명 풀라우 바투 푸테, 싱가포르 명 페드라 브랑카)을 둘러싸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싱가포르는 1953년 말레이시아(당시 조호르 왕국)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서신을 보낸 이래 이 섬을 실효 지배해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제외된 이후 역사적 문헌을 근거로 이 섬이 옛 조호르 왕국에 속했던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이 논쟁을 넘겨받은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08년 5월 이 섬이 싱가포르의 영토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는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ICJ는 10년 만에 재심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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