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삭간몰' 이어 美언론 '영저동' 지적…軍 "이미 식별된 기지"
트럼프식 대북협상에 대한 불만이 배경일수도…협상 회의론 커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미국 언론에서 잇따라 북한의 미사일 기지 활동에 대해 보도하고 있어 그 배경과 함께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 CNN은 5일(현지시간) 자신들이 입수한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영저동' 미사일 기지를 계속 가동하고 있으며 인근에 신규 시설을 건설하는 등 기존 기지를 주변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특히 새 시설이 최신 장거리 미사일을 수용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 기지라고 평가했다.
한미 군 당국은 해당 기지 동향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6일 이와 관련, "이미 1999년대 말에 식별된 미사일기지"라며 "한미가 지속해서 감시·관찰해온 대상에 포함된 곳"이라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개량하면서 이에 맞춰 기지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동향이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동향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규정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북한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협상이 북한과 미국 양자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상황이라 남북이나 북미 간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북한이 미사일 관련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
CNN도 "(새 시설의) 건설 작업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돼왔다"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며, 북미 간 외교 협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탄두 대량 생산 및 배치 추구를 막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재차 환기해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기지 활동을 근거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12일 발간한 '신고되지 않은 북한: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 보고서에서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가운데 13곳을 확인했다"며 이 중 한 곳인 황해도 삭간몰 기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보고서 내용을 다루면서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미국에서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 기지 활동과 관련한 보도가 잇따르는 데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 방향에 대한 미국 조야 일각의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에 급급해 지난 6월 서둘러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정작 비핵화에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지 않으냐는 비판이 미국 사회 일각에는 존재한다.
이런 비판론자 입장에선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 사회에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라면서 "그런 시각이 관련 보도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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