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군' 곁 지켜…추억담 나누고 안부 물으며 오랜만의 '재회'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워싱턴DC 장례식에는 옛 참모들이 총출동해 주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이들에게서는 고인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슬픔과 옛 시절을 더듬어보는 즐거움이 함께 묻어났으며 '부시 팀(the old Bush gang)'의 집결도 이것으로 마지막이라는 아쉬움도 배어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에는 '아버지 부시' 내각에서 국무장관을 지내고 부시 전 대통령의 임종을 지킨 제임스 베이커와 국방장관을 지낸 딕 체니가 참석했다.
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 합참의장을 지낸 콜린 파월도 마찬가지였다.
체니와 파월은 '아들 부시' 내각에서도 각각 부통령과 국무장관으로 중용돼 부시가(家)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여기에 부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존 H. 스누누와 법무장관이었던 빌 바, 노동장관이었던 엘리자베스 돌 등 부시 행정부 시절 동고동락했던 측근들이 대거 워싱턴DC에 집결했다. 엘리자베스 돌의 남편으로서, 부시 전 대통령과 198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밥 돌 전 상원의원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장례식 하루 전인 4일 한자리에 모여 부시 전 대통령과의 추억담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도 물으며 재회의 시간을 가졌다.
수백 명이 모인 자리는 애통해하기보다는 축제 분위기 쪽에 가까웠다고 NYT는 전했다.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일했던 론 코프먼은 "아무도 슬프거나 비통해하지 않는다"면서 "왜냐고? 우리가 슬퍼하면 부시 가문 사람들이 평생 우리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조지프 W. 헤이긴은 "정말 슬픈 게 있다면 이번이 우리가 이렇게 한 데 모이는 마지막 공식적 자리라는 것"이라고 했다.
NYT는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서로에게 흉터를 남기면서까지 반목하지 않고 비교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갔던 부시 행정부의 특징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보좌관을 지낸 프레더릭 매클루어는 "우리도 모든 행정부가 겪은 통상적인 긴장을 겪었다"면서 "문제는 이 긴장들이 개인의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냐 아니면 무엇이 국가를 위해 최선인가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냐인데 '부시 팀'에서는 주로 후자였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 모여든 '부시 팀'에는 부시가(家)도 빼놓을 수 없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43대 대통령이 된 장남 조지 W. 부시를 포함해 6남매를 뒀는데 손주 14명과 증손주 7명에 친지까지 대가족이 모였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 조너선 부시는 "멋진 재회다. 모두가 행복하고 아무도 울지 않는다. 모두 형과 즐거움을 누린 사람들이고 (이번에) 형과 마지막으로 즐거움을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터제공]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