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1949년 이후 처음"…셰일원유 양산 때문
美 '에너지 독립' 선언? 공급자 영향력 확대된 건 사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석유 순 수출국으로 전환해 국제유가를 좌우할 공급자로서 위상을 강화했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서 원유를 포함한 미국의 지난주 석유 수출량이 기록 집계 후 처음으로 수입량보다 많았다.
원유와 정제된 석유제품을 모두 합칠 때 미국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기록한 주간 단위 순수출량은 하루 21만1천 배럴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에너지부가 1973년부터 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기록된 순수출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석유 수출입 평균치는 하루 300만 배럴 순수입이었다. 2005년에는 하루 평균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1천200만 배럴이나 많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주간 자료로는 1991년부터 계속 석유 순수입국이었고, 월간 자료로는 1973년부터였으며, 미국석유연구소 역사학자들의 고증으로는 1949년부터였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으로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주간 기록으로는 최대인 하루 32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는 점이 지목된다.
컨설팅업체 ION 에너지의 카일 쿠퍼는 "정말 놀랍다"며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 사절단을 보내는 일도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국가의 위치를 유지해왔다.
이는 40년 동안 이어진 원유 수출 금지 정책 때문이었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 말 이를 해제했다.
석유 수출은 최근까지도 가솔린과 디젤 같은 정제된 제품에 국한됐다가 상황이 변했다.
셰일오일 혁명 이후 미국의 전체 원유 생산량이 하루 1천170만 배럴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거대 공급자로서 미국의 역량이 재확인됨에 따라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도 주목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 급증 때문에 글로벌 공급방정식이 뒤집혔다고 지적했다.
OPEC과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들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급락하는 국제유가를 떠받칠 감산안을 논의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는 공급 측면에서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헤지아이의 애널리스트 조 맥모니글은 "미국이 OPEC 회의 기간에 나쁜 소식을 보내는 습성이 있다"며 "과거에는 생산량 급증 소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순수입이 하루 21만1천 배럴 줄었다는 진정 괄목할 이정표"라고 말했다.
EIA는 내년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천200만 배럴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6년보다 300만 배럴이 많은 수치다.
미국은 텍사스,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등지에서 수압파쇄(프래킹) 공법으로 셰일층에 저장된 원유를 뽑아내고 있다. 이 지역 원유생산은 2010년대 초반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 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5년 중반에 하루 970만 배럴로 치솟았으나 OPEC이 채산성을 저해해 셰일산업을 망가뜨리려고 증산에 나서면서 생산량은 다시 떨어졌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국가재정에 문제가 생기자 OPEC이 생산량을 억제하면서 국제유가가 회복됐고 셰일석유 생산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날 세워진 이정표와 관련, 블룸버그는 지미 카터부터 조지 W. 부시까지 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선언한 '에너지 독립'이 이뤄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기록으로만 이뤄졌을 뿐 실제로 미국은 여전히 중동의 오랜 지정학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 국제유가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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