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정청래 공저 '…함께 평양 갑시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우리는 평양을 정말 알고 있을까? 안다면 얼마나 상세히, 그리고 제대로 알고 있을까? 남과 북이 항구적으로 평화롭게 공존·상생하는 방법은 뭘까?
최근 남과 북에 '평화'가 친숙하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평창올림픽 공동입장, 두 차례 평양 공연,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남북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합의 등 평화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이 분다.
하지만 아직은 뉴스 단계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되 가슴으로 받아들여 즐기는 일상이 되기엔 좀 이르다. 매사가 그렇듯 속깊이 알고 만나면 한결 가까워지고 그 관계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법. 그동안 안팎으로 주입된 분단과 대결의 시각을 청산하고, 만남과 상생의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신나게 여행하고 일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 안내서가 출간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황재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정청래 전 국회의원이 함께 쓴 '정세현·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가 그것이다.
이 책은 현장감 있는 북한여행 가이드북 성격을 넘어 통일이 될 경우 우리 삶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전망한다. 더불어 평화시대로 나아가는 데 넘어야 할 장애를 진단하고 전문가적 비전도 두루 담아냈다.
무엇보다 실감 나게 다가오는 건 제1부 '가보자'편. 정청래 전 의원은 최근 탈북한 새터민 K씨를 인터뷰해 평양 관광코스를 하나하나 찾아간다. 올해 남북정상이 카퍼레이드를 하다가 내려 손을 흔든 3대혁명전시관에서 출발해 평양의 랜드마크인 개선문, 놀거리·먹을거리 풍부한 능라도와 광복거리,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고려호텔 45층 전망대 등을 1박 2일 일정으로 둘러보는 것.
제2부 '해보자'편은 대표적 번화가인 북새거리에 대규모 락원닭고기전문식당을 차려 선풍적 인기를 끈 최원호 대표를 인터뷰해 평양에서 식당을 열기까지 과정을 들어본다. 현재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씨는 남한식 인테리어, 메뉴, 운영 방식이 북한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10년 동안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도 북한 내륙에 진출한 남한 기업이 1천100개나 됐으나, 안타깝게도 2010년 이명박정부의 5.24조치가 발표되면서 문을 닫아야 했다.
제3부 '만나보자' 편에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교 양복사로 일한 김련희 씨에게서 장보기, 육아, 진학, 취업 등 평양사람들이 사는 일상 생활법을 잘 들려준다. 이와 함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김창수 사무처장을 인터뷰해 20년간 북한을 오가며 겪은 일과 남북 시각 차이 등도 살핀다.
정세현 전 장관과 황재옥 정책위원장은 제4부 '알아보자' 편에서 평화시대 비전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인구수가 곧 경제력'이라는 정 전 장관은 "남북한을 합한 인구 7천만 명은 대단히 중요한 지표로, 남북관계가 긴밀해져 제도적 통일 이전에 사실상의 통일이라 할 수 있는 남북연합까지 가야 평화의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예견한다.
내수시장이 7천만 명 이상으로 커지면 경제는 해외의존도를 벗어나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갖춘다면서 북한의 값싸고 젊은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자본이 결합할 경우 커다란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목적으로 통일을 거부케 하려는 사람들이 통일비용 공포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속지 말자고 당부한다. 통일하면 통일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날부터 분단비용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된다며 분단비용을 뺀 통일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재래식 무기 구매 1위 국가가 한국으로, 통일할 경우 쓰지 않아도 될 한 해 분단비용은 작년 기준으로 무려 342억 달러(39조원)에 달한다.
인구, 관광과 함께 지하자원과 물류도 남북 통합과 경제 협력 등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자원의 경우 한반도 지하자원 90%가 북쪽에 몰렸는데, 북한의 지하자원 가치는 약 6천89조원으로 남한 지하자원 가치 253조원의 25배나 된다는 것.
남북 통합으로 중국, 러시아와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종착역이자 출발점이 돼 엄청난 물류·에너지 혁명을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성급한 통일론에 대해선 경계를 나타낸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전두환 시절까지 통일은 '독재'의 명분이었다면서 통일을 앞당기려면 어렵게 사는 것을 참아야 하고 민주주의도 잠깐 접어둬야 한다는 논리로 독재를 정당화했다는 것.
1인당 GDP가 남한 3만 달러, 북한 1천600달러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70년 분단 기간에 남북은 경제 수준 격차와 함께 사회문화 패턴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며 북미수교와 비핵화로 평화가 뿌리내리면 그 평화 속에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상호협력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덧붙인다.
푸른숲 펴냄. 364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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