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21세기 데모론

입력 2018-12-07 11:44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21세기 데모론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우리 몸이 세계라면 = 김승섭 지음.
지식의 전쟁터나 다름없는 인간 몸을 렌즈로 삼아 지식과 권력 관계를 탐구한다.
어떤 지식은 왜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왜 생산되지 않는지, 누가 왜 특정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1천120편 국내외 논문과 300여편 문헌을 구체적인 근거로 삼아 답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1348년 프랑스 국왕 필리프 6세 지시로 파리 의과대학 교수가 쓴 흑사병 원인에 대한 보고서부터 유방암 치료와 관련된 에스트로젠 수용체가 사회제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의 최신 논문까지 포함됐다.
매스컴에서 심심찮게 다뤄지는 혈액형의 성격 결정론이 제국주의 시대 인종적 편견이 짙은 혈액형 인류학에 뿌리를 둔다는 사실과 요즘 인기를 끄는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아이코스 사용자의 주요 생체지표가 전통적인 궐련 담배 이용자와 큰 차이가 없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도 소개된다.
저자는 2017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 펴냄)으로 질병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물음을 던진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다.
그는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지식체계에는 과거의 편견과 권력 관계가 스며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입니다. 저는 그 관점들이 모두 동등한 수준의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눈길을 주고, 권위에 굴하지 않고 비판적 질문을 던지는, 여러 가설과 경쟁하며 검증을 통해 살아남은 관점들이 그렇지 못한 관점들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의미를 준다고 믿습니다."
동아시아 펴냄. 348쪽. 2만원.



▲ 21세기 데모론 = 김경화·이토 마사아키 지음.
'시위'를 뜻하는 데모(demo)를 미디어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미디어를 인류학과 문화론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김경화 일본 칸다외국어대 준교수와 이토 마사아키 일본 세이케대학 문학부 교수가 공동 집필했다.
데모를 시대적 가치관과 사회적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집단행동의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시대적 환경에 따라 데모 스타일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이에 근거해 극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낸 한국의 '촛불집회'를 비롯해 전 세계적 현상으로 주목받는 21세기 데모의 외양과 내면을 분석한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공생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21세기 데모는 과거에 비해 느슨하고 개방적이며 유쾌하고 축제 같고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풍자, 유머와 패러디가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벌어진 일본 시민들의 데모를 분석함으로써, 흔히 시민사회가 붕괴했다고들 하는 일본에 여전히 지역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린 시민운동의 힘이 응축돼 있음을 보여준다.
눌민 펴냄. 228쪽. 1만5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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