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철거작업 국비 지원…농장부지, 습지로 복원 추진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순천만을 철새에게 양보하는 게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순천만 철새 도래지에서 닭과 메추리를 키우던 농장주들이 자발적으로 이주를 결정해 관심을 끈다.
7일 전남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조정운(65)씨 등 가금농장 주인 2명이 순천만보전과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차단과 습지 복원을 위해 농장을 철거할 뜻을 밝혀왔다.
순천시는 농장 철거에 따른 보상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습지개선지역으로 지정이 되면 환경부로부터 국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습지개선지역은 습지의 효율적인 보전과 관리를 위해 인위적인 관리를 통해 개선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순천시는 습지보호지역 주변 교량동과 별량면 일대 26만8천㎡를 습지개선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환경부에 신청했고 최근 지정받았다.
이에 따라 농장 철거를 희망한 농장주는 농장 철거에 따른 보상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농장 철거를 희망한 농장은 조씨의 농장 등 모두 3곳으로 면적은 1만1천395㎡에 이른다.
습지 보전과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주민이 먼저 농장 철거 의사를 밝히고 습지 복원을 요청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조 씨는 "15년간 정성을 다해 키워 온 농장을 철거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생계의 터전을 떠나게 돼 막막하지만, 무엇보다 순천만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마다 겨울이면 조류 인플루엔자로 초비상이 걸리고 말썽만 생기는 것 같아 철거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며 "순천시에서 다른 곳에서 농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농장부지를 단계적으로 습지로 복원할 방침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는 철새 도래지 내 가금농장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축산농가에서 먼저 습지로 복원하자고 제안한 것은 국내 첫 사례"라며 "주민의 뜻을 존중해 순천만 습지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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