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교통사고로 가정소득 月 235만원→127만원 '반토막'…유족들 심리적 타격 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교통사고 피해보상금 연금식 지급제 도입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은 직장을 잃거나 사업을 접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고 보상·합의 명목으로 평균 1억3천만원 넘는 돈을 받았지만, 약 3년 2개월 뒤면 이를 모두 소진해 열악한 경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연구위원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통사고 제로화 실천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교통사고 피해자 실태 조사 결과 및 피해자 지원제도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했다.
이 발표는 교통연구원이 올해 10월 한 달 동안 교통사고 직·간접 피해자 총 900명을 5개 그룹으로 나눠 면접·전화·온라인 패널 등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5개 그룹은 교통사고 장애인(186명), 교통사고 유자녀(157명), 교통사고 유자녀 보호자(157명), 교통사고 사망자 유족(200명), 교통사고 중상자 본인(200명) 등으로 설정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피해자의 70%가 사고 후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업을 접어 실직 상태가 됐다.
실직 이후 재취업을 한 경우는 38%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2%는 현재까지 실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재취업에 성공하기까지는 평균 5년 5개월이 걸렸다.
이런 이유 등으로 사고 전 235만원이던 피해자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사고 후 127만원으로 절반 가까이(108만원) 쪼그라들었다.
장애 판정을 받은 피해자의 절반(54.3%) 이상은 1년 이상 병원에 입원했다. 피해자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약 16개월이었다.
이들은 교통사고 장애에 대한 보상금으로 보험회사로부터 평균 9천342만원, 합의금으로 3천281만원, 기타 보상금으로 1천96만원 등 총 1억3천719만원 수준의 금전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금전적인 보상은 병원비, 생활비 등으로 평균 약 3년 2개월이면 모두 소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 장애인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은 58%에 달했다.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사회생활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44%)하는 것 외에도 외출 빈도가 감소했다(56%)거나 취미·여가활동이 없어졌다(33%), 가족 내 인간관계가 나빠졌다(25%) 등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또 사고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51%)거나 기분이 우울하다(45%),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41%), 사고가 생각나서 몹시 괴롭다(37%) 등 정서적인 불안도 호소했다.
사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아무리 보상을 받아도 슬픔이 치유되지 않는다'(58%), '상대의 형벌이 너무 가볍다'(37%), '상대가 나쁘다'(25%) 등의 표현을 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경찰의 사고조사에 대해서는 '조사 태도가 사무적이었다고 느꼈다'(49%), '가해자 진술에 따라 조사가 진행됐다고 생각한다'(27%) 등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사고원인을 상세히 조사했다'(23%)거나 '경찰 조사를 납득하고 있다'(22%)는 등 긍정적인 답변도 있었다.
다만, 사고조사나 사법절차와 관련해서는 '사고 수사 상황과 결과를 좀 더 설명해주길 원한다'(52%)거나 '살인 사건 등에 비해 교통사고 가해자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44%)는 답이 많았다.
임 연구위원은 "교통사고 장애인의 91%가 일시적으로 받은 보상금을 평균 3년 2개월 만에 모두 소진해 향후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피해자 생활안정을 위해 보상금을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연금식 지급제도 도입을 위해 재원을 운용·관리·감독할 공적 기관이 필요하며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구제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기관 신설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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