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범으로 아르헨티나 갔다가 탱고 배워 고국에 전파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990년대 중반에 아르헨티나의 전통 탱고를 한국에 전하겠다고 찾아왔을 땐 다들 그런 걸 왜 배우냐고 박대했죠. 심지어 카바레에서나 추는 춤을 왜 가르치려 하느냐고 말리기도 했는데 이제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댄스가 돼 뿌듯합니다."
1995년부터 고국에 탱고를 알리며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탱고 홍보대사'로 임명된 공명규(60) 씨는 아르헨티나 탱고협회가 인정한 '마에스트로'다.
한아르헨티나땅고협회는 최근 그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8일 열리는 '탱고의 날' 행사에서 상을 받기 위해 방한한 공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19년이면 탱고를 알린 지 25년이 된다"며 "탱고를 비롯한 스포츠댄스 등이 이제는 대중스포츠로 자리잡은 것을 기념해 본고장 춤의 진수를 선보이는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1980년 태권도 사범으로 아르헨티나에 첫발을 디딘 그는 국가대표팀과 대통령 경호팀, 육군 사관생도, 경찰관 등을 지도했고, 탱고를 배워 명인의 대열에 올랐다.
공 씨는 지난해 7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예술의 전당에서 '피버 탱고 아리랑'을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에 태권도가 보급된 지 50년을 기념한 '태권도와 탱고의 콜라보' 무대였다.
내년 9월에 방한 공연을 준비 중인 그는 "현지 무용수로 구성된 공연단을 이끌고 전통춤과 더불어 태권도를 가미한 무대도 함께 선보일 것"이라며 "서울과 지방 투어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공연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잘나가던 태권도 사범이 왜 고국을 오가며 탱고를 알릴까?
공 씨는 "유럽 이민자들이 세운 아르헨티나에서 생겨난 탱고는 낯선 땅에서 겪는 설움과 향수를 위로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춤을 전혀 모르던 태권도인이 순식간에 탱고에 빠져든 건 정서가 우리 민족과 닮아서였고 이를 고국에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인에겐 다른 민족과 다른 '신명'이라는 게 있어 신이 나면 누구든 저절로 어깻짓을 한다. 탱고가 아르헨티나인에겐 신명 날 때 추는 몸짓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통할 거라 확신했다"
한국에 올 때마다 탱고 전파를 위해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았다. 그에게서 배운 제자들이 이제는 전국에서 탱고 클럽을 운영하고 아르헨티나로 탱고 유학을 오기도 한다.
공 씨는 탱고의 가장 큰 매력으로 초등생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람의 몸에는 206개의 뼈마디가 있는데 탱고를 추면 이중 143개가 움직인다"며 "힘으로 추는 게 아니라서 근육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특히 혈액순환에 좋아 나이들수록 배워야 할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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