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청 시식회 참가자들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익숙해지려면 시간 걸릴 것"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술맛이 강하게 난다는 분도 있지만 어떤 요리하고도 어울릴 수 있는 베이스 소스로도 개발이 가능한 맛이다"(요리 연구가 임지호)
"진한 막걸리와 더없이 어울릴 것 같은 맛이다. 밥반찬으로도 좋을 것 같다"(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발효음식에 익숙하지 않지만, 생선 살이 쫀득하게 씹혀 좋았다"(성지여고 이세진 학생)
조선 후기 학자인 김려가 1803년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의 물고기 연구 서적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나온 감성돔 식해를 재현해 맛보는 시식회가 7일 오후 경남 창원시청 구내식당에서 열렸다.
식해는 생선을 토막 낸 다음 소금·조밥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이다.
동해안에 가자미, 명태로 만든 식해가 있지만, 감성돔 식해는 명맥이 끊어졌다.
현대인이 맛본 적이 없는 낯선 음식이다.
200년 전 조선사람들이 맛본 감성돔 식해가 어떤 맛일지 궁금함을 참지 못한 지역 인사들이 '감성돔 식해 복원위원회'를 만들어 사라진 음식을 살려냈다.
"가을이 지나갈 무렵 잡은 감성돔 200조각에다, 희게 찧은 멥쌀 한 되로 밥을 해서 소금 두 국자를 넣고 누룩과 엿기름을 곱게 갈아 각각 한 국자씩 고르게 섞어 잘 익기를 기다렸다가 꺼내 먹는다. 달고 맛이 있어 생선 식해 중에 으뜸이다"
우해이어보에 적힌 감성돔 식해 조리법이다.
위원회는 조리법 그대로 감성돔 식해를 재현하려 애썼다.
지난 10월 31일 낚시로 잡은 감성돔을 토막 낸 뒤 쌀, 누룩 등으로 버무린 뒤 단지에 담았다.
당시 맛을 최대한 가깝게 살리려고 어민이 낚시로 잡은 제철 감성돔과 김려가 유배를 갔던 지역에서 올해 수확한 쌀, 전통방식으로 띄운 누룩을 썼다.
단지 입구는 대나무 잎으로 밀봉을 했다.
40일 동안 삭혔다.
복원위원회 위원이면서 식해를 직접 담근 최상철 창원YMCA 증경이사장이 입구를 열자 발효음식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냈다.
고춧가루, 마늘을 넣지 않아 동해안에서 즐기던 붉은색 가자미 식해와는 달리 하얀색 식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미 식해를 맛본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가지였다.
생선으로 만들었지만 비린 맛이 난다는 반응은 없었다.
신맛이 나긴 했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측과 처음 접한 맛이라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반응이 있었다.
김려는 남해안 진해(鎭海)에서 유배 중 이 책을 썼다.
'우해'는 진해의 다른 이름이다.
현재의 창원시 진해구가 아니라 '삼진'(三鎭) 지역으로 불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진북면·진전면 일대가 진해현(鎭海縣)이었다.
우해이어보는 당시 삼진지역 바다에서 잡힌 생선에 관한 해설서다.
김려는 감성돔·문절망둑·볼락·쥐치 등 유배지에서 나던 53가지 생선을 골라 형태와 색채, 성질, 맛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생선뿐 아니라 감성돔으로 식해를 만드는 등 생선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까지 적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215년 만에 재현된 감성돔 식해가 창원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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