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 끝에 근소한 차이로 메르켈의 '숙적' 메르츠 제쳐
메르켈의 잔여임기 수행에 청신호…AfD에 빼앗긴 지지층 회복이 관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의 당 대표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측근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6) 당 사무총장이 당선됐다.
이에 따라 차기 총리 불출마를 선언한 메르켈 총리의 잔여임기 수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민당의 중도 실용적인 노선도 유지될 전망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신임 대표는 7일(현지시간)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열린 기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결선투표 끝에 프리드리히 메르츠(63) 전 원내대표를 제치고 대표직에 올랐다.
기민당 대의원 1천1명이 투표권을 행사한 이번 선거에서 크람프-카렌바우어 신임 대표는 1차 투표 결과 450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 미달 시 1, 2위 간 결선투표를 치르는 규정에 따라 메르츠 전 원내대표와 결선투표를 벌인 끝에 517표를 얻어 당선됐다.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결선투표에서 482표를 얻어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392표를 얻었다.
옌스 슈판(38) 보건부 장관은 1차 투표에서 157표에 그쳐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했다.
결선투표에서는 슈판 장관에게 표를 던진 대의원의 3분의 2가 메르츠 전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 전 원내대표와 슈판 전 장관은 당내에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반면, 크람프-카렌바우어 신임 대표는 메르켈 총리와 마찬가지로 중도적인 성향이다.
이번 선거는 여성인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와 남성인 메르츠 전 원내대표 간의 '성(性) 대결'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자를란트주 총리를 지냈고, 올해 메르켈 총리에 의해 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미니 메르켈'로 불리며 사실상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가 지지율 하락세로 위기를 맞은 기민당을 2년 임기 동안 추스르며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1년 예정된 차기 총선에서 총리 후보직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극우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빼앗긴 유권자들을 되찾아오느냐가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선거 결과로 메르켈 총리가 잔여임기를 수행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
한때 메르켈 총리의 숙적이었던 메르츠 전 원내대표가 당선될 경우, 메르켈 총리의 총리직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헤센주 지방선거 다음 날인 지난 10월 29일 선거 부진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총리직도 이번 임기까지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서도 정치활동을 이어가지 않기로 해 사실상 이번 총리직을 마지막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2000년부터 당 대표를 맡아왔고, 2005년에 총리직에 올랐다.
이번 총리 임기는 2021년까지로, 메르켈 총리가 중도 사퇴하지 않는다면 16년 간 총리를 맡게 돼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에서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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