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메르켈' 크람프-카렌바우어 새 기민당 대표
난민정책은 다소 강경…지지율 상승전환이 차기 총리 후보직 관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포스트 메르켈' 자리에 '미니 메르켈'로 불리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6) 기독민주당 사무총장이 성큼 다가섰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독일 집권당인 기민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해 당권을 거머쥐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신임 대표가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퇴조하는 기민당을 추스를 경우 유력한 총리 후보가 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10월 말 헤센주 선거에서 기민당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직후 기민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차기 총리직에도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가 2년 후 연임에 성공하고, 기민당이 다시 인기를 회복할 경우 차기 총리직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메르켈 총리에 이어 여성 총리시대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1981년 기민당에 입당해 자를란트 주에서 정치활동을 벌여왔다. 2011년부터는 자를란트 주총리를 맡았다.
특히 지난해 9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치러진 자를란트 주 선거에서 사회민주당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기민당의 승리를 끌어내 주목을 받았다.
기민당은 자를란트 주 선거로 사민당의 상승세를 꺾으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지난 2월 메르켈 총리에 의해 사무총장으로 발탁되며 중앙 정치무대로 진입했다.
메르켈 총리가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것이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메르켈 총리와 유사하게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치 스타일을 보여왔다. 메르켈 총리와 보조를 맞춰 국정을 운영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메르켈 총리가 2015년 9월 국경을 개방해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할 때도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대해 기민당 내부의 불만을 고려한 탓인지, 난민 정책을 놓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최근 n-tv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에게 언어와 통합코스에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민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 대표 선거 국면 이전에 이중국적 허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난민을 상대로 엄격한 연령 테스트를 요구했다.
그는 10∼11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정부 간 회의에서 채택 예정인 유엔 이주 글로벌콤팩트에 대해선 지지 입장을 보여왔다.
유엔 이주 글로벌콤팩트는 체류 조건과 관계없는 이주자 권리의 보호, 노동시장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 허용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기민당은 8일 유엔 이주 글로벌콤팩트에 대한 회의에서 찬성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외교정책과 사회복지, 여성 지위 향상 등의 문제에서도 전향적으로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메르켈 총리와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아조프해에서 출발한 러시아 선박들의 EU·미국 입항 금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당내 보수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미달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와의 결선투표를 통해 대표에 당선됐다.
그가 결선투표에서 517표를 얻어 당내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은 메르츠 원내대표에게 불과 35표 앞섰다.
기민당 내부를 추스르며 지지율 하락 현상을 뒤집지 못하면 2년 뒤 당 대표 선거에서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셈이다.
다만, 크람프-카렌바우어는 당내 보수세력과 공통분모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연방의회의 동성결혼 허용 법안 처리 시 당내 보수세력과 마찬가지로 반대 의견을 냈다. 징병제 부활도 제안한 바 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남편인 헬무트 카렌바우어는 엔지니어였으나, 크람프-카렌바우어가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하자 일을 접고 내조에 나섰다.
독일에서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이름이 길어 이니셜을 따 'AKK'라고도 불린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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