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아이콘 '구름문' 조각가·전미총기협회 소송 합의

입력 2018-12-08 10:21  

美시카고 아이콘 '구름문' 조각가·전미총기협회 소송 합의
현대 조형미술계 거장 카푸어, 저작권 침해 주장
총기협회, 홍보 동영상서 구름문 이미지 지우기로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현대 조형미술계 거장 아니시 카푸어(64)와 전미총기협회(NRA)가 시카고의 유명 조형물 '구름문'(Cloud Gate·일명 The Bean) 이미지 사용 권리를 놓고 벌인 법정싸움이 합의로 마무리됐다.
'구름문' 조각가 카푸어와 NRA는 7일 각각 성명을 통해 "NRA가 자체 홍보 동영상(The Violence of Lies)에 삽입한 시카고 도심 공원 전경 속 구름문 이미지를 오는 12일 전까지 삭제하기로 했다"며 카푸어가 지난 6월 NRA를 상대로 제기한 구름문 저작권 침해 소송이 양자간 합의로 종결됐음을 알렸다.
인도계 영국인 조각가 카푸어는 NRA가 작년 4월 공개한 동영상에 자신의 대표작 구름문 이미지를 사전 승인 없이 무단 사용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카푸어는 이번 합의를 "NRA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고 강조하면서 "두려움과 적개심,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혐오스러운 동영상에서 구름문을 제거해달라는 요구가 관철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싸움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가 총기에 반대하는 이들의 편이라는 사실을 밝힌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NRA 대변인은 카푸어의 제소를 "근거없는 주장"으로 폄훼하면서 "구름문 이미지를 작가의 요구대로 삭제하기는 하나, NRA는 피해 보상에 대한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카푸어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최소 15만달러(약 1억7천만원) 이상의 피해 보상금 및 법정 소송 비용을 청구했으나 NRA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카푸어 측은 "NRA에 '100만달러를 총기 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하기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NRA가 '거짓 정보의 폭력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1분 길이의 동영상은 "그들은 미디어를 이용해 진짜 뉴스를 암살하고, 학생들에게 미국의 대통령을 또다른 히틀러로 가르치며, 연예인들을 통해 그들의 교조적 서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동영상에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워싱턴DC 링컨기념관 등 각 도시의 상징물이 차례로 등장한다.
시카고 구름문은 "그들은 전임 대통령을 통해 저항을 촉구하고, 인종차별·성차별·외국인 혐오증·동성애 공포증을 울부짖게 한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0.5초간 비춘다.
카푸어는 제소 당시 "관광객들은 구름문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지만, 상업적 이용은 저작권법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며 "NRA는 이미지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푸어 대 총기협회의 법정 공방은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진행돼오다가 NRA 본부가 있는 버지니아 법원으로 이관됐다.
구름문은 2006년 시카고 도심 공원 밀레니엄파크에 설치된 후 시카고의 아이콘,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지가 됐다.
"단순할수록 더 깊은 의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철학을 견지해온 카푸어는 110t 분량의 스테인리스 스틸 단일 소재로 구름문을 제작했다.
액체 수은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이 작품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표면에 시카고의 다양한 건축물이 비치고 하단에 사람들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터널이 파여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NRA 홍보 동영상 '거짓말의 폭력'(The Violence of Lies)]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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