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5분만에 '드르륵 쿵쿵'…1·2호열차 90도 꺾여 승객 '비명'

입력 2018-12-08 10:20   수정 2018-12-08 10:54

출발 5분만에 '드르륵 쿵쿵'…1·2호열차 90도 꺾여 승객 '비명'
기운 열차 겨우 탈출, 강추위에 50분 기다려…수험생 등 "대처 안이하다" 분통



(강릉=연합뉴스) 이재현 박영서 기자 =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에서 서울행 806호 KTX 열차가 탈선했다.
강릉역을 출발한 지 불과 5분 만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말 아침부터 승객 198명이 큰 불편을 겪고 일부는 타박상 등 상처를 입어 병원 신세를 졌다.
당시 4호 차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45·여·강릉시)씨는 "출발한 지 6∼7분여 만에 충격 때문에 급제동하는 소리가 들린 뒤 '쿵쿵'하는 느낌이 3∼4차례 이어지고서 멈춰섰다"며 "타고 있던 열차가 왼쪽으로 살짝 기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직후 열차 내 전원이 꺼져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승무원이 와서 문을 열어주며 '앞쪽으로 나가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며 "열차가 기울어서 '기우뚱' 하며 걸어 나왔고 나와보니 1, 2호 객차가 90도가량 꺾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열차 밖으로 나온 뒤 소방서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18명이 강릉역으로 되돌아왔다"며 "자녀의 대학 입시문제로 서울로 가던 길이었는데, 강릉역의 후속 조치가 너무 안이해 분통이 터졌다"고 전했다.
승객 채모(53)씨는 "마치 눈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레일을 달리는 게 아니라 둔탁하게 튕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채씨는 "이후 열차가 끌려나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상적인 진행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승객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드르륵거리면서 흔들거리더니 앞쪽이 '쿵' 하며 말 그대로 엎어졌다"고 설명했다.
승객 방모(22)씨는 "6호차를 타고 강릉역에서 평창역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쿵'소리와 함께 탈선했다"며 "열차가 자갈을 끌고가는 소리와 철로를 스치는 쇳소리가 계속 들리면서 40∼50m가량 미끄러지는 느낌이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미끄러지는 동안 뒤집어질 것 같아 의자를 꽉 붙잡고 있었고, 일부 승객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며 "열차가 멈췄을 때는 열차 기장이 머리를 다친 것을 봤고, 일부 할머니는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리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고 있던 6호차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이 기울었는데도 승무원들은 큰 사고가 아니라고만 해 답답했다"며 "열차밖으로 탈출한 뒤에도 50분가량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승객들 사이에서는 '강추위에 선로가 얼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열차 10량 중 10호 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선로를 이탈했다.
앞 2량은 'T'자 형태로 꺾였고, 선로가 파손됐으며 열차가 들이받은 전신주는 완전히 쓰러져 휴짓조각처럼 변했다.
이 사고로 현재 강릉선 진부역∼강릉역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서울역∼진부역 간은 정상 운행 중이다.
사고 열차는 오전 7시 30분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역에 오전 9시 30분 도착할 예정이었다.
다친 승객들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머지 승객들은 코레일이 긴급 배치한 버스를 타고 강릉역 등으로 이동해 다른 KTX 열차로 환승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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