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18년도 태평양전쟁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8일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약천사 경내 위령탑 앞에서 유족회 회원과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개시한 12월 8일(한국시간)에 맞춰 마련된 이날 행사는 초혼문 낭독, 경과보고, 주제사, 도내 기관장의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다.
강덕림 태평양전쟁 희생자 합동위령제 봉행위원장은 주제사에서 "일제의 야욕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대한민국 땅에 300만 명을 넘고, 제주에도 수많은 희생자와 유족들이 있다"며 "태평양전쟁은 우리에게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과거사를 청산해야 함에도 광복 73주년을 맞는 올해까지도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태평양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큰 고통을 남긴 비극의 역사다. 대법원이 최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희생자들의 해원을 위한 과제는 남아 있다"며 "제주는 희생자분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처참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배우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제사를 지낸다"며 "합동위령제를 통해 유족들의 한과 아픔, 과거의 교훈이 도민의 가슴속에 새겨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제주지역의 태평양전쟁 희생자는 군인과 군무원 1천804명이며, 강제동원됐다가 살아 돌아온 생존자는 3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은 제주 도민뿐만 아니라 제주 땅 곳곳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일제는 제주도를 환태평양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라고 판단하고, 태평양전쟁 시기(1941년 12월∼1945년 8월) 주민들을 동원해 섬 곳곳에 비행장, 고사포진지, 격납고, 지하벙커, 지하동굴진지 등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전쟁 말기인 1945년에는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을 저지하려고 제주에 최대 7만5천여 명의 일본군이 진주해 온 섬을 요새화하기도 했다.
도내 일제 군사시설은 송악산, 사라봉, 어승생악, 가마오름, 우도봉, 섯알오름, 일출봉 해안, 송악산 해안의 동굴 진지와 비행기 격납고,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지하벙커, 섯알오름 고사포 진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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